국내외의 큰 관심 속에 치러진 ‘모의재외선거’가 14일~15일 양일간 전 세계 21개국 재외공관 26곳에서 실시됐다.

모의선거 등재자로 확정된 10,991명중 교포신분(재외선거인)은 3,685명(33.5%), 해외체류 중인 국민(국외부재자)은 7,306명(66.5%)이었다. 그러나 막상 투표에 참여한 투표자수는 4,203명(38.24%)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선거관위원회가 지난 9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약 70%가 투표에 참가하겠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 모의재외선거 실습 장면

이번 모의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교포(재외선거인)보다 국외부재자(재외국민) 투표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16일 선관위가 집계한 결과(표 참조)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아직 잠정적 집계라 투표 참여자의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선거인명부 등재자를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이는 해외선거에 대한 참여와 관심은 교포들보다 국외부재자인 재외국민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교포와 국외부재자인 재외국민을 구분해서 재외국민참정권을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재외국민을 교포와 혼재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교포사회를 설명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한국 일부 정치인과 한국정치에 관심을 둔 교포지도자들의 잘못된 교포관과 사욕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모의선거의 투표율은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의 경우 1,450명이 투표에 참가해 61.4%의 투표율을 보인반면, 미국의 경우 22.5%에 그치고 있다. 일본지역의 경우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상사주재원과 뉴커머가 많고, 재일교포들의 조직적 단합이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거나 말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가해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선거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재외국민참정권인지 되새겨 지는 대목이다. 교포에 대한 참정권부여는 향수를 달래려 선심 쓰듯 치러질 성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모의선거에서 드러났듯이 교포의 참여보다 해외체류자의 투표율이 높다는 점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재외선거를 통해 나타날 교포들 영향력을 지나치게 높게 해석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향후 이번 모의선거 결과로 나타난 투표율 저조의 문제를 들어 일각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우편투표, 인터넷투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물론 중앙선관위마저 선거의 공정성을 주장하면서도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우편투표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편의성만을 강조한 투표율 올리기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공정성이 담보되기까지 보류되어야 한다. 대만의 경우 교포들이 본국까지 가서 직접 투표하는 것을 감안할 때, 선거 참여에 그토록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재외공관을 찾아 투표하는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해외에서 투표는 편의성보다 공정성이 더욱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외선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투표율이 낮다고 해서 마냥 실망할 일도 아니다. 굳이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방법으로 투표율을 올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재외국민 유권자에게 최대한 투표의 편의성을 제공해야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할 일이다.

처음 치러지는 재외선거부터 무리한 방법으로 선거를 시행하다 그로 말미암아 야기될 국내외의 혼란과 교포사회의 분열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또, 현재 영주권자인 교포의 투표 참여문제나 이들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으로 거주국에서 외교적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없는 상황이다.

차제에 국외부재자와 재외선거인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하여 재외선거를 치르도록 법안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교포전문가들의 주장이다.

                                             [ 모의재외선거 현황 표 ]

<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1월 15일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