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지난 5일,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교육내용을 불문하고 고교 수업료를 무상화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방침에 따라 그간 북한의 사상교육과 반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조선학교도 수업료 무상화 적용을 받게 되었다. 문부과학성은 심사 규정에 따라 각 고등학교를 개별적으로 심사하여 최종 결정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대상 조선학교 10개 학교 모두가 11월 말까지 무상화 조치를 신청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모두 무상화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오후, 다카키 요시아키(高木義明) 문부과학성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중대한 법령 위반이 있을 때는 무상화 조치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육 내용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일 때에는 일본의 정치·경제 교과서를 교재로 하는 등, “자주적인 개선을 촉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심사 규정은 조선학교의 커리큘럼이 일본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준하는 것인지를 주된 판단기준으로 하는 것이며, 또한 일본 정부의 지원금이 학생들의 수업료로서 사용되는지 회계장부를 매년 제출하게 하여 이를 확인하고 나서 무상화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외형상 교육과정만을 판단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사하기가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설령 구체적인 교육내용에서 북한식 사상교육이나 반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일본정부가 판단하고 개선을 요구한다고 해도 강제력이 없는 ‘자주적인 개선’ 요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무상화 조치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선거 공약에 따라 올해 1학기부터 수업료 무상 정책을 실시해 왔다. 그런데 ‘납치’문제와 연동하여 조선학교에 무상화 조치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무상화 하기로 방침을 결정한 데에는 이 문제가 외교 문제보다는 일본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성 문제와 보다 깊은 관련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간 다양성 교육의 문제를 둘러싸고 조선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양식 있는 일본 시민단체들이 일본정부에 대해 재고를 촉구해 왔다. 여기에다 유엔의 인권위원회가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일본정부에 대해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조치를 시정하도록 권고해 왔던 것도 이번 일본정부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조선학교의 수업료 무상화 조치에 대해 일본사회에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월 말 산케이(産經)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선학교 수업료 무상화 조치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8.0%를 차지했고, ‘적절’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33.1%에 불과했다. 이번 일본정부의 결정에 대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는 지난 5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조선학교는 순수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조선노동당의 일본 공작 거점이다. 조선학교에 대한 국고보조는 총련과 조선학교의 정치활동을 공인하고 지원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뿐만 아니라 그날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지사도 중앙정부가 “(교육)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비판했고, 6일자 산케이신문은 ‘국가의 입장을 저버린 교육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조선학교의 고등학생 수로는 전국 10개 학교에 대체로 1,800명 정도의 학생이 재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까지 재학생들은 수업료에다가 시설비 난방비 등을 포함하여 연간 40~50만 엔의 학비를 부담해 왔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일본 정부는 ‘각종학교’로 분류되는 조선학교에 대해 재학생 수에 따라 수업료 상당의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 경우 재학생 보호자의 수입에 따라 수업료의 두 배까지도 지급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본 사립 고등학교 수업료가 연 12만 엔인 점을 감안하면, 재학생 1인 당 최소 12만 엔에서 24만 엔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