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영산대학교 교수 ]


13일 오전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총리와 각료들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이틀째 질의응답이 벌어졌다. 자민당 의원의 질의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한국과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소리를 냈다. 총리는 한 국가가 자기 나라의 통화가치만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도하려는 것은 주요 20개국(G20)의 협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국과 중국도 공통의 룰 속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무상도 한국이 원화 환율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그 역할을 엄하게 추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총리와 재무상의 발언은 직접 한국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외환 정책의 실패로 엔화 강세가 계속되는데 대한 비판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국내정치성 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9월에 2조1000억 엔을 들여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엔 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해 달러당 81엔대를 기록하며 15년 만에 최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권은 야당으로부터 외환 정책의 실책에 대한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국내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도라도 이번 총리와 재무상의 발언은 일본이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근래에 들어 한국의 수출상품이 세계 시장은 물론 일본 시장에서까지 일본 상품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한국 정부 당국이 ‘공공연한 비밀’로써 수시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정부가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원화 절하를 유도해 오고 있다고 하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이 과거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려고 했던 것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외환 개입은 주로 미국 달러에 대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원화에 대한 엔고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전자제품을 비롯한 한국의 기업 상품이 일본 제품에 비해 약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외환 개입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출 기업이 정부로부터 지나치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이 수출 주도에 의한 경제성장이 지속되면 될수록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부터 이러한 비판은 계속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어제 오후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에 대해 강경하게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언론에 내비쳤다. 기획재정부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이 카운터파트인 일본 재무성 국제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에 대해 G20 회의 의장국 지위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 한 것에 대해서 항의를 한 것이지 외환개입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일본정부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G20 의장국 문제는 국가적 명분과 관련된 것으로 이에 대해 외교적 물의를 일으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외환 개입 문제는 글로벌 환율 전쟁으로 예고되고 있는 G20 회의의 핵심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한국정부도 국제사회를 향해 그 부당함을 제기하고 있고 이번 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이 문제를 적극 중재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대일무역에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한국을 향해 일본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것은 경제대국으로서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 현시점에서는 불필요하게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며 일본 스스로의 외환개입에 대해 긁어 부스럼이 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나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향해 이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의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외환 개입 문제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어떠한 형태로든 이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외환개입 문제는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차원이 아니라 그동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환율전쟁 전선이 G20 회의를 계기로 선진국과 신흥국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