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손학규의 대표 선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손학규가 대표로 선출 된 것은 호남권의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라는 소리도 들린다. 틀린 말도 아닌 듯싶다. 이번 대표 경선에 나선 선수 중 손학규, 이인영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호남인들이니 말이다.
또 한편에서는 민주당의 정권 교체와 전국 정당화를 위한 당원들의 염원이 담긴 결과물이라고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손학규라는 인물을 민주당이 대표로 선출한건 민주당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이유인즉 간단하다. 그동안 국민들의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는 민주당의 이미지는 호남 정당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영남인들은 한나라당을 그리고 호남인들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덧칠되어 있는 한국 정치판의 지도 모습을 변형시킬 적임자가 손학규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사실 한국 정치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무기가 지역 색이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말 한마디에 표심이 쏠리는 곳이 다름 아닌 정치판의 모습이니 말이다.
오죽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무기가 DJ의 청중을 사로잡는 특유의 달변이나 이념, 그가 내세운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도 아닌 DJP연합이라는 지역 연합이었을까.

여하튼 그동안 호남인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민주당이다. 그런데 당내 조직은 고사하고 한나라당에서 넘어온 인물이 민주당의 새 대표가 된 것이다. 민주당의 순수 혈통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민주당이 대표로 선출하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그런 연유인지 그동안 대선 후보자중 여론조사에서는 항시 인기가 하위권에 머물던 손학규 대표에 대한 국민적 인기가 그가 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되자 수직 상승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손학규 개인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박근혜 한나라당의 전 대표가 33.3%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하위권에 머물던 손학규 대표가 두 자리 숫자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손학규의 부상은 민주당에게는 청신호이고 한나라당 그리고 차기 대권 주자로 우력한 후보인 박근혜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여하튼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때문에 정작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판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는 아무도 예측을 할 수가 없다. 현재 국민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이지만 한나라당의 대권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이다.

손학규 대표 역시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의 대권 후보가 아닌 대표로서 그의 역할이 끝날지는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차기 대선구도는 박근혜 vs 손학규의 양자 대결이다.

우선 차기 대선이 양자 대결의 구도로 진행된다면 좌우로 구분되는 이념대결은 빛이 퇴색할 것이다. 3대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이 차기 대선에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 할 테니 말이다.

현재 한국 정당의 모습은 또 어떤가?
지역 색을 빼고 나면 여야 간의 차이점이 없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수정당으로 표방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당의 실상을 살펴보면 보수와 진보, 좌와 우가 모두 혼재된 비빔밥 정당에 불과하다.

물론 양자는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의 차이점은 백짓장 차이에 불과하니 국민들은 당보다는 인물과 능력 위주의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손학규 호가 그동안 민주당이 갖고 있었던 호남 정당의 이미지를 얼마나 전국 정당으로 탈바꿈하느냐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손학규 호의 출범이 지역 정당을 탈피해 한국 정치판에 진정한 양당 정치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