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MB정부가 내건 슬로건이 공정 사회와 친 서민 정책이다. 대한민국 공정사회를 구현해 나가겠다는 MB 정권의 의지 표명이다. 또 정책의 초점도 서민들에게 맞추어 나가겠다고 한다.

서민이란 권력자가 아닌 보통 사람 그리고 중류 이하의 백성을 의미 한다. 정부가 이제부터는 힘없는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며 공정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선언이고 보면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의 반응은 별로 신통치가 못하다. 명분도 그럴듯한데 왜 정부 관계자들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거 MB정권의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는 청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집착 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 국가나 개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공정 사회 그리고 친 서민 정책을 외치는 MB정권의 현재의 모습이다. 과거나 현재의 모습에서 별로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우선 대통령은 후반기 정권을 즉 공정사회를 구현하고 친 서민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선발한 선수들의 모습만 보아도 그렇다.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내세운 선수들 대부분의 모습이 공정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과거 경력부터가 온통 흠집투성이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딸을 외교관으로 특채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한 장관까지도 있었다. 물론 문제가 되자 장관 감투를 벗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국민이 아닌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행사한 인물이 전직 외교부 장관 한사람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니 문제라는 말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대타로 내세운 국무총리 후보자만 해도 그렇다. 감사원장으로 주어진 자신의 권력을 국민이 아닌 위정자와 가족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호박에 줄친다고 수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이런 판국에 MB정권의 관계자들은 공정사회를 외쳐대고 있으니 국민들의 가슴에 감동이 와 닿을 리가 만무하다.

‘친 서민 정책’ 역시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서민들의 가장 큰 기본적인 관심사는 의식주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주는 위정자가 서민의 입장에서는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배추 한포기에 자그마치 1만 2천원이라고 한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기절을 할 노릇이다.

문제는 현 사태를 바라보는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값 비싼 배추 김치대신 양배추로 만든 김치를 먹겠다고 한다. 그런데 양배추 역시 한통에 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배추보다는 양 배추가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추값 폭등 사태와 직접 관련이 있는 농림부 차관이라는 사람의 모습은 어떤가? 김장을 할 때 한 포기씩을 덜 담그자는 것을 대안이라고 내놓고 있다. 엄청난 배추 값 때문에 김장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는 것이 서민들의 생각인데 말이다.

배추김치를 먹지 말자는 운동을 제안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씁쓸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대놓고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겠다는 작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폭염, 강우량 등 이상 기온으로 인해 배추 생산량이 29% 감소했기 때문에 폭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해명 아닌 변명의 소리는 또 어떤가?
29% 배추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었다면 정부는 당연히 수급을 위한 대책을 진즉에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배추 값이 폭등한 시점에서 중국산 배추 수입을 하겠다며 중국에 정부 관계자를 파견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한심스럽다는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왜 한국의 위정자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천재지변도 아닌 농작물 수급 대책과 같은 문제를 두고 말이다.

서민들의 먹을거리와 관련된 정책조차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친 서민 정책의 실체가 궁금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