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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대북 ‘위장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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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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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13 경향신문  / 유신모 특파원 ]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선전포고하듯 비장하게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하는 5·24 조치를 발표하고, 북한이 보복성전 운운한 게 불과 100여일 전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 제재조치가 마무리된 건 2주밖에 안됐다. 그런데 북한이 쌀 지원을 요청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자 남측은 즉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제2 개성공단 조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돌변한 남북의 태도에는 제재국면을 계속 끌고 갈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면 북·미 대화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동맹국을 당황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버리지 않는 한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두고 북한과 접촉할 수는 없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포석이다. 한국 역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감지하고 서둘러 북한과의 관계 재개에 나섰다. 천안함 사과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5·24 조치를 발동한 지 얼마되지 않아 겸연쩍기는 하지만 언제일지 모를 ‘그 날’을 위해 준비라도 해놔야 한다.

변화를 주도하는 미국의 의도는 뭘까. 입만 열면 강조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본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미국이 너무도 잘 안다.

최근까지 미 행정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미국의 단기적 대북정책 목표에 대해 “북한을 상자에 넣는 것(Boxing N.Korea)”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이 6자회담의 틀을 뛰쳐나가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북한을 대화의 상자 안에 복귀시키면 핵폐기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추가적 도발을 막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외교를 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내부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다른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남과 북이다.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13 조치를 통해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을 만들었지만 정작 남북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은 만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정성을 갖고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6자회담이 아닌 남북이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제시했던 대북 제의에는 진정성이 없다. 정부 출범부터 내세운 ‘비핵개방 3000’은 북한의 핵을 포기시킨 뒤 북한에 투자해 잘사는 나라로 만든다는 비현실적 구상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냉장고 문을 닫는다는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 3단계’와 다를 게 없다.

남북관계 악화일로 상황에서 뜬금없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하더니 이번에는 제2 개성공단 운운하면서 당장 눈앞의 현안인 천안함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죄를 받아야겠다고 못을 박는다.

유도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심판으로부터 ‘지도’를 받지 않기 위해 공격하는 제스처만을 취하는 행위를 ‘위장공격’이라고 한다. 이번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도 진정성이 없는 ‘위장공격’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지도’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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