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만 생기면 갈 데까지 우물우물 깔아뭉개다가 정권 위기로 커지면 대통령 이명박의 사과로 넘어가고, 또 새로운 위기를 키워 또 사과하고. 벌써 이명박 정권 출범 200일, 대선 승리부터 따지면 9개월이 다 돼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대통령은 9일 하루만 해도 아침 국무회의에서 불교계 갈등 문제로 유감 표명하고 한밤중에 TV에 나와 또 국정난맥에 고개 숙였다. 벌써 세번째, 네번째 고개 숙이고 있다. 경제살리기와 좌파 세력 교체라는 시대 정신을 갖고 장엄하게 탄생한 대통령이 ‘사과 전문 대통령’이 돼버렸다. 고개 숙이는 모습에 국민도 지치다못해 이젠 고답적으로 보이고 민망하기도 하다. 문제 발생→깔아뭉개기→정책 포기·후퇴→대통령 사과 패턴을 이어가며 위기를 몸에 달고 사는 정권이 돼버렸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는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향해 묻고 싶다. 민망한가 아닌가? 이런 구조적 악순환이 깨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4년5개월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사과를 해야할까? 솔직히 대통령 이명박은 사과만하다가 퇴임하면 그만이다. 효자동 동네축구하듯 우왕좌왕하는 청와대 사람들도 떠나면 잊어진다. 문제는 나라의 장래! 정말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왜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사과만하게 되는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가? 그래서, ‘대통령 이명박의 문제’를 한나라당에서 찾는 건 합당하다. 대통령 이명박 ‘총감독’을 뒷받침하는 당대표 박희태 ‘감독’, 원내대표 홍준표 ‘코치’, 정책위의장 임태희 ‘주무’의 책임을 우선 물어야 한다. 그러지않아도 자기현시욕이 유달리 강한 대통령을 앞세우며 이리저리 하기 좋은 말만 하다가 결국 사과 무대에 세우는 지능적인 책임 회피 태도가 아니라면 문제가 곪아 터져 고름이 밖으로 나올 때까지 왜 침묵·방관하고 있는가?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을 주상(主上) 모시듯 하는 썩은 관념에서 책임은 모두 대통령에게 돌리고 뒤로 빠지는 악습이 야당 10년 끝에 도지고 있다. 대통령 이명박도 역대 권위주의적 대통령의 향수에 빠져 자기 몰입만 하다보니 ‘역시 이명박!’이라는 감탄이 나올 홈런 한 방 여태 치지못하고 헛 스윙만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이 아마추어임을 모르는 자기 진단에 대한 과대망상과 한나라당의 노회함이 겹쳐 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동네축구라 해도 200일이 흐르도록 연습했다면 지금쯤 최소한 한 방이라도 제대로 날렸을 것이다. 수비로 날 새다가 간신히 하프라인에 넘어가도 헛발질하거나 기력 쇠진으로 골키퍼 품안에 그대로 안겨줘 ‘에?’ 하는 조소거리만 만들고 있다. 아마추어여.
한나라당에는 ‘3불(不) 고질병’이 있다. 첫째, 불통병(不通病)이다. 당 대표 박희태는 두 달 전 취임 때 “청와대와 소통의 고속도로를 놓겠다”고 하더니 ‘신작로’ ‘샛길’ 하나 트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점심 식사 두 번 한 게 전부다. 대통령은 공천도 주지않은 박희태를 당 대표에 앉혔으면 자리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할 것 아닌가? 박희태는 하늘이 두 조각 날 정도의 직언이라도 언론을 상대로 쏟아내야 할 것 아닌가? 둘째, 불패(不敗) 부패병이다. 시궁창 속처럼 부패·비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만 흐지부지 넘어간다. 부패 불패의 신화! 민심은 혀를 차고 있다. 썩고 썩었구먼. 언젠가 크게 혼날 것이다. 원내대표 홍준표, ‘모래시계 검사’라고 말만 하지 말고 부패척결 하나라도 속시원히 해야 할 것 아닌가? 셋째, 불감병(不感病)이다. 도대체 민심을 대통령에게 어떻게 전하기에 부동산 대책이니 생활공감이니 감동하기 어려운 잔챙이 정책만 내놓는가? 정책위의장 임태희는 정책 하나를 내놓더라도 효력이 나타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져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떠난 정권’으로 기록된다.
한나라당이 172석의 ‘여의도 공룡’처럼, ‘배부른 건달’처럼 지내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는 금세 재·보궐선거에서부터 극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다가 가장 먼저 쪽박 찬다.
최종편집 : 2024.4.19 금 15:23 
재외선거, 의료보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