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향 / 재미교포 ]


최근에 이민 1.5세나 2세들의 한국 진출이 늘었습니다. 타국에서 자랐지만 돌아갈 모국이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국적문제는 툭하면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논쟁의 빌미가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적을 바꾸는 데는 정치적 망명 따위나 여러 가지 경로가 있겠지만 요즘은 주로 이민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민은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기에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인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민이 상류사회의 기득권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은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출산을 하거나 유학을 보내는 일 모두가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적에 관한한 우리는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기록들을 갖고 있습니다. 국적 없는 서러움에 대한 일화를 들자면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1936년 8월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손기정 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버려 무기정간을 당해야 라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로 인해 체육부 기자와 사회부 기자들은 활동금지를 당했고 사진을 수정했던 화가는 구류처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1937년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켰던 직후에 연해주에 살던 18만 명의 조선인들은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실려 가서 맨 손으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이국땅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이주 1세들은 대부분 러시아 땅에서 사망하고 그 후손들은 현재 모국어를 잃어버린 채 러시아인으로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단재 신채호 선생을 비롯해서 국외로 망명을 해서 독립운동을 하다 해방을 맞이하기 전에 사망한 200~300명에 이르는 독립유공자들은 한국인임에도 한국국적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모국은 어떤 의미이겠습니까. 아마도 해외에 나가 사는 사람들에게 모국은 성공하려는 이유의 본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돌아가고 싶은 땅 '대한민국'이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애국심이 솟아납니다. 그래서 해외에 사는 이민 1세들은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2세들이 설사 국적은 한국이 아니더라도 혈통적으로는 엄연히 한국 사람이기에 본국 진출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국적을 따져들며 활동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전에 유승준이 그러했고 2PM의 재범 군이 그러했습니다. 해외에 진출하는 인력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지혜이고 그들은 바로 무형의 자산이라는 의식전환이 절실한데도 말입니다.

한국인 피가 반만 섞여도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면 한국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모국으로 돌아온 이민 2세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옹졸한 세계관을 지녔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 아닐는지요.

그래도 이민 2세를 '너의 나라에서 가서 자리 잡고 살아라.'라고 몰아붙이는 모국인 이 있다면 올림픽 불러바드에 있는 한국마켓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나? 딸 초청으로 미국에 왔어. 시민권자라고 나라에서 돈도 줘.
나더러 미국 사람이라고? 뭔 소리여? 내가 한국 사람이지 우째 미국 사람이여?"
(권소희 소설가)

미국의 삶이 이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