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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판결, 교육 자주성 보장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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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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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05 경향신문 <시론> /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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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일 교육과학기술부의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지시가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미 검정을 통과하여 사용되던 교과서 내용을 고치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검정에 해당하므로, 검정심사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수정지시가 이런 문제점을 가지게 된 것은, 애초 이 문제가 교육이나 학문적 고려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로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교과부가 수정지시를 했던 2008년 이전에도 한나라당이나 뉴라이트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이 자신들의 관점에 맞지 않는다고 ‘좌편향’이라고 공격을 했다. 그러나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교과서가 정상적인 검정 절차를 통과하였으며, 내용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자 교과서 내용의 수정에 들어갔다. 이런 행위를 한국사학계와 역사교사들은 물론, 심지어 외국의 역사학자들과 한국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들도 비판했다. 학계와 교육계의 비판에도, 교과부는 결국 무리한 수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논란 과정에서 뉴라이트 일부 인사들은 마치 한국근현대사학계 전체가 좌편향된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한국현대사를 부끄러운 역사로 인식한다고 강변했다. 이를 바로잡는다는 구실 아래, 뉴라이트 성향을 가진 인사들로 하여금 고등학생들에게 한국근현대사 특강을 실시했다. 작년에 발표된 역사교과서 내용 기준안에는 뉴라이트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으며, 역사교과서의 검정 절차를 한층 강화하여 교과부의 영향력이 개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내년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근현대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데도 검정 심사에서 한국근현대사 전공자들이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뉴라이트 활동을 했거나 이들의 주장을 공공연하게 지지했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현상들은 현재 교과부가 보수단체나 정치권력의 눈치를 얼마나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교과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곧바로 밝혔다. 국사편찬위원회와 역사교육전문가협의회의 심의를 거쳤으므로 충분한 절차를 밟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의 주장은 자기 위주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교과부가 국사편찬위원회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구체적 서술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를 검토하지 않은 채 주요 사건이나 주제별로 서술 방향을 언급한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하였을 뿐이다. 교과부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또한 역사교육전문가협의회는 아직까지도 참여 인물의 이름은 둘째치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 몇 명이나 참여하여 어떤 절차로 심의하였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결국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때 교과서 내용을 검토할 만한 전문가를 제대로 섭외할 수 없었음을 말해준다.

이번 판결이 교과부에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다. 정권의 성향이 달라질 때마다 교과서 내용을 손질해야 한다면, 교과부도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 것인가? 교과부는 오히려 이번 판결을 교과서 내용에 권력이나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그런 시도들을 막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며 교과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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