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2.2 금 14:02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김정일 위원장 방중과 경술국치
경향신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0.08.3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2010.8.30 경향신문 <시론> /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학)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새로운 이동경로와 공개되지 않은 일정은 그의 비밀스러운 신비주의를 더욱 증폭시켰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불러놓고 전격적으로 중국행 야간열차를 탄 그의 의도와 전략을 놓고도 설왕설래했다. 특히 이번 방중은 과거 어느 때보다 이례적이고 혼란스럽고 전격적인 것이어서 시시콜콜한 방중 뒷이야기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큰 그림으로 방중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방중은 철저히 후계체제를 위한 대내용 행사여서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후계체제 구축 본격화를 위한 44년 만의 당대표자회를 코앞에 두고 김정일 위원장은 만주 항일유적지를 직접 둘러봤다. 김정은의 동행 여부와 상관없이 영원한 수령 김일성 주석이 다닌 위원중학교를 방문한 것은 항일무장투쟁의 역사적 정통성을 재확인하고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이 혈통으로 이어진 백두산 줄기의 혁명 적자임을 정치적으로 과시하는 의미였다. 8·28 청년절에 맞춰 김일성 주석의 청년시절 항일혁명 지역을 들른 시점도 충분히 고려되었을 것이다. 방중의 경로와 행적만으로도 김 위원장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대내적 상징성을 최대한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방중의 또 다른 의미는 중국과의 공고한 연대 과시라는 북한의 전략적 결정을 가장 극적으로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확신하고 갔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지 않은, 특사 아닌 개인 자격의 카터임을 확인한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에 나서버렸다. 미국이 천안함 국면에서 나와 6자회담 재개에 나서지 않는 한 북으로서는 미국과 마주앉아 시간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경제난이 지속되고 대규모 수해까지 겹친 북으로서는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승리자의 축제로 당대표자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당장 외부로부터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게 절실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는 이미 기대할 것이 없고 미국 역시 천안함 국면에 걸려 대화마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은 미국보다 중국이 중요하고,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 기댈 것이라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이번 방중만큼 철저하게 드러낸 적은 없다.

이번 방중은 북한의 대중 의존 심화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큰 뚱뚱이와 작은 뚱뚱이가 왔다, 먹을 것을 줄 테니 중국을 괴롭히지 말라는 중국 네티즌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자주’의 나라 북한은 가장 ‘비자주적인’ 방중길을 선택했다. 남북관계 중단과 북·미관계 교착 이후 북은 체제 유지와 생존을 위해 중국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언제부터인가 한반도는 미·중 갈등의 대결장이자 대리인이 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망실된 이후 북한은 일이 생길 때마다 중국으로 달려가고, 한국은 일이 터질 때마다 미국만 바라본다. 마치 냉전시대 외세 의존의 분단구조를 재현하는 느낌이다. 북을 혼내주겠다며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이명박 정부와, 남쪽에 결코 당할 수 없다며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100년 전 한·일병합의 우리 모습과 오버랩된다. 봉건 수구세력을 혁파하겠다며 일본을 끌어들인 개화파와 조선의 봉건제만은 결코 버릴 수 없다며 청나라에 의존한 척사파의 분열과 대결은 결국 망국의 부끄러움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어제 한·일병합 100주년을 맞으면서 김 위원장 방중과 남북관계 파탄의 한반도 정세가 자꾸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우연일까?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