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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 정책ㆍ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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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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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18 중앙일보 시론 ]
 최정순  / 배재대 교수(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한국어교육원장



   
▲ 최정순 교수, ⓒ중앙일보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은 우리 문자인 ‘한글’을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지난달 이를 공식 승인했다. 그런데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은 마치 찌아찌아족이 ‘한국어’를 새로운 언어로 받아들인 것으로 오해한 듯하다. 신문 기사에서도, 많은 블로그에서도 그런 오류가 발견됐고 아직도 ‘무식함’은 반복되고 있다.

사용자수 순위로 세계 13위 정도인 한국어는 200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국제특허협력조약의 국제공개어로 채택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어 교육은 양적·질적으로 커다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내외 한국어 학습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단순히 ‘그냥’ 배우는 사람부터 유학이나 직업을 겨냥한 사람, 결혼 이주민, 산업근로자 등 학습자 유형도 실로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한국어 교육을 전공할 수 있는 대학원 및 학부 전공학과들이 생겨났다.

정부도 90년대 후반 문화관광부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이에 관한 연구·개발 지원을 본격화했고, 2005년에는 ‘드디어’ 국어기본법과 시행령이 제정·공표됐다. 우리나라의 한국어 교육 전반에 대한 사항, 즉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런 표현을 쓰는 이유는 뒤에 설명된다)에 대한 자격 부여, 이들을 양성·관리하기 위한 한국어 교육학의 내용적 기준을 정하는 등의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한국어 교육의 체계화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필자는 국어기본법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교육과 관련되는 사안인 만큼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부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주장해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어 교육’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과 가르치는 사람을 양성하고 관리하는 일을 포함하는 교육 전반에 대한 정책과 제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가르치는 사람’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한국어 교사’라 부르지 못하고 ‘한국어 교원’이라고 불러야 한다. 국어기본법과 시행령에 그렇게 돼 있고, 교과부가 관장하는 교육과목에 포함되는 교과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초·중등 교육과정의 교과목을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교사’라 할 수 없고, ‘교원’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60년 역사와 길이를 같이 한다. 그동안 한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는 일의 주역이랄 수 있는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은 ‘한국어 사용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도였다. 전문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고, 당연히 처우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외국인·재외동포를 포함한 국내외의 한국어 학습자 수는 날로 늘어나 조만간 수백만 명을 넘어설 것이다. 언어권·지역, 그리고 한국어 학습 목적별로 특화된 다양한 교재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며, 접근성 높은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 누가 이런 일을 할 것인가. 당연히 현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가르치는 사람들’은 현재 명칭도 불명확하고, 자격증도 한쪽에서는 학부나 대학원 졸업을 통해 발급받는데 다른 쪽에서는 학력 제한 없이 시험을 통해 발급하고 있다(시험은 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다).

우리나라엔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정책이나 제도, 전담 부서가 사실상 없다고 말해야 옳다. 외교부(재외동포 대상), 교육부(한국어능력시험 시행), 문화부(한국어교원 자격 부여 및 국외 한국어 보급), 노동부(외국인 노동자 대상), 여성가족부(국제결혼이주민 및 자녀 대상) 등 여러 부처가 제각각 한국어 교육을 맡고 있으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현 상태를 정부 전체가 나서서 한국어 교육에 엄청 힘을 쏟는 모습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정책 혼선과 비효율적인 재원·인력 낭비 사례로 보아야 하는가. 답은 자명하다. 결혼이주민이든 산업근로자든, 성인이든 아동이든 한국어가 필요하다면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을 할 권리가 있다. 한국어 교육 정책·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이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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