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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롱과 완장증후군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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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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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12 매일경제=매경의 창 /  김홍신 소설가ㆍ건국대 석좌교수 ]


   
ⓒ 매일경제
희롱이란 우월한 척하고 싶은 속된 마음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열등감의 역반응인 셈이다. 진정 우월하고 자신감이 있다면 스스로 겸손하고 상대를 존중하게 된다. 열등한 사람이 직급이 높아졌거나 힘 있는 자리에 앉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거나 희롱해서 윗사람에게 바친 아부나 비위맞춤을 보상받으려고 한다. 어찌 완장증후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성희롱도 유심히 살펴보면 힘 있는 쪽에서 부족한 쪽으로 가해지는 언어와 몸짓의 폭력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희롱의 만연이자 완장증후군의 병색이 짙어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 초선 의원의 성희롱 같은 치졸한 행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음을 숨길 수 없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은 벼슬감투 쓰고 소리 높여 나발 불고 요란하게 행차하는 전형적인 완장증후군이다.

국회의원 시절에 통화 내용을 도청당했을 때 나는 유리병 속에 들어 있는 듯한 섬뜩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정당하지 않은 사찰은 사람을 투명유리병 속에 넣고 감시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여당의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요구를 받고 (검찰과) 교섭해 한명숙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게 노력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이 농락당한 것이고, 거짓이면 국민이 희롱당한 것이다. 힘 없는 국민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청와대는 이번 개각을 친서민, 소통, 화합이라고 주장한다. 가난했던 총리 후보자의 어린 시절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성공했으며 재산 내역이 수억 원뿐이라는 걸 내세웠다. 그렇다면 정권 초기에는 친부유층 내각이었단 말인가. 친서민적이란 서민들의 애환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피부에 닿게 펼쳐주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지 말라. 개각 명단을 살펴보면 소통과 화합의 인물이라기보다 대통령의 완장부대인 이명박 후보 캠프 출신들이다. 벌써 잊었나. 고소영, 강부자 인사 행태와 S라인이라는 비판의 소리를 너무 쉽게 잊은 듯하다. 소통과 화합은 국민과 하는 것이지 내부, 정파 수습용으로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젊은 총리 발탁이라는 신선한 의도가 빛을 잃은 것은 측근, 가신, 회전문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완장부대는 국민을 바라보는 대신 임명권자를 바라보고 국민을 섬기는 대신 임명권자를 섬길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누구인들 모르겠는가. 도처에 인재가 많은 나라인데 이번 개각은 국민만을 섬기겠다는 발상인지 정권 유지를 염두에 둔 것인지 의심스럽다. 혹시 그럴 리야 없겠지만 총리 후보자를 박근혜 떠보기용 아니면 박근혜 대체실험용으로 기용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소통하겠다는 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타협해서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진정 소통하려 했다면 천안함 사건과 남북 경색의 물꼬를 트고 외교 실책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외교, 통일, 국방장관을 교체하는 담대함을 보여줬어야 했다. 지도자가 자신감이 없으면 가까운 사람만 눈에 띄고 입맛에 맞는 사람 하고만 어울리려 하고 내 귀에 편한 말만 들으려 하는 법이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작은 나라 로마가 500여 년 동안 숱한 침략, 내분을 겪으며 주변의 수많은 국가가 멸망하는 동안 굳건히 지탱한 비결은 군사력이 아니다. 합리적 사고와 유연함과 포용력으로 천년제국의 위용을 뽐냈음을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예부터 통치자는 성덕(聖德)으로 천하를 감화시킬 줄 알아야 하고, 정사는 현자(賢者)에게 맡겨 그 능력을 널리 발휘하게 해야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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