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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미수금 공탁문제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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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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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오는 8월에 '한국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정부가 어떠한 자세로 역사문제에 임할지 한일양국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역사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 세 가지 방향에서 일본정부가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첫째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넘어선 사죄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담화가 나올 것인지, 특히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특정화 하여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 높은 사죄의 담화를 할 것인지의 문제다. 둘째는, 식민지 시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에 관하여 이를 반환하겠다는 자세를 표명할 것인지, 반환을 한다면 어느 정도 반환할 것인지의 문제다. 셋째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인 차원의 '보상'에 관하여 공식적으로 그 협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인지의 문제다.

여기서는 이 가운데 세 번째 문제와 관련한 미수금 문제에 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이것은 전시기 일본정부에 의해 징용 징병 등으로 강제동원 되었다가 사망했거나 해방직후 일본에서 급료 등을 받지 못하고 귀환함으로써 발생한 문제다. 현재 한국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체결한 것을 이유로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오고 있는 가운데 몇 차례에 걸쳐 관련 자료를 제공한 일이 있다. 여기에 올해 7월에 들어서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식민지인 징용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 가능성에 관한 의견을 언급하고, 미쓰비시 중공업 회사가 근로정신대 임금 문제에 관하여 '화해' 자세를 보인 것은, 이제까지 일본정부가 청구권협정을 들어 일관되게 무시해 왔던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청구권 문제가 조만간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현재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로 건네받은 강제동원 노무자 미수금 공탁자료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 자료들은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피해자 '지원'을 위한 근거자료로 전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약 17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된 공탁자료는 미수금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임과 동시에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로서 강제동원 실태를 보다 명확히 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올해 여름에 들어 이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연구 발표가 있었다. 일본과 한국의 조그만 연구 모임에서 패전직후 일본정부의 강제동원 노무자 미수금 공탁에 관한 연구발표가 두 건 있었다. 이하, 간략하게 연구발표의 핵심내용과 의의를 소개한다.

첫째, 6월 27일 도쿄 와세다대학 봉사원에서 열린 재일조선인사연구회에서, 고쇼 다다시(古庄正) 연구자가 '한국병합 100년 청구권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라는 주제로 하여 미수금 문제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는 고마자와(駒澤)대학 교수를 역임한 원로 연구자로서, 미수금 문제의 역사에 관하여 일찍부터 연구해 왔으며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하여 일본정부와 기업에 대해 강제동원 노무자의 미수금 '보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는 이번 발표를 통해 한일수교회담에서부터 일본정부가 공탁자료가 없다고 하며 이 문제를 계속 숨겨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한편, 일본정부가 한반도 거주 일본인의 재산 몰수 조치에 대항하기 위해 재일한국인(조선인)의 재산을 몰수한 것임을 밝혔다. 지난 2007년에 그는 연구논문을 통하여 패전 직후 공탁과정에서 일본정부가 미수금 피해자를 일괄적으로 '거소불명' 처리하여 실질적으로 공탁금을 몰수했다는 것과, 일본기업들이 대부분 공탁에 소극적으로 임했을 뿐 아니라 허위로 적은 액수를 공탁했던 것을 실증한 바 있다. (供託をめぐる國家責任と企業責任, 在日朝鮮人史硏究, 37號) 그가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연구와 운동의 일환으로 이번 발표를 통해서도 강제동원 노무자 미수금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고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함께 '보상'을 촉구한 것이다.

   
▲ 6월 27일 도쿄 연구모임에서 발표하는 고쇼 다다시 교수
둘째, 7월 28일 서울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요 포럼' 연구 모임에서 매튜 어거스틴 Mattew Augustine 연구자가 '패전직후 냉전에 따른 일본의 강제동원 지지급금 동결'을 주제로 발표했다. (The Cold War Freeze over Forced Mobilization Funds in Early Postwar Japan) 그는 컬럼비아대학에서 패전직후 일본의 탈식민지화 과정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최근까지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에서 재일한국인(조선인) 노무자 미수금 공탁 문제에 관한 연합국군사령부 점령당국의 정책을 연구하고 이번에 그 결과를 한국에서 발표한 것이다. 그의 발표는 패전직후 점령당국이 미수금 문제에 관하여 어떠한 정책으로 임했는지를 밝힌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그는 1946년 3월 점령당국이 산하기관으로 민간재산관리과(Civil Property Custodian Section)를 설치하고 일본은행에 점령당국 관리계정(Custody Account)을 개설했으며, 이윽고 일본 정부를 통해 기업들에게 노무자 미지급금 문제에서 '재일조선인연맹'을 배제하도록 하고 일본은행 관리계정에 미지급금을 예치하도록 지시했음을 밝혔다. 또한 그는 1946년 5월 홋카이도(北海道) 노무자 미수금 지급을 위해 남한의 미군정청에 대해 피해자 조사를 지시한 것과, 같은 해 10월 일본정부가 점령당국 관리계정과 별도로 후생성 계정을 개설하고 여기에 미지급금을 예치하도록 한 소위 공탁조치에 대해서 점령당국이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 일본정부가 예치된 미지급금으로 일본기업에 대해 '손해' 보상을 한 것 등을 밝혔다.

고쇼 다다시와 Mattew Augustine의 연구에 따라 패전 직후 일본에서 점령당국과 일본정부가 미수금 문제에 관하여 어떠한 정책을 시행했는지 밝혀진 부분이 많다. 하지만 1946년 미수금 공탁 시행에 있어서 일본정부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는지, 일본기업들이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미지급금을 공탁했는지, 일본정부가 공탁 예치한 금액 가운데 어느 정도를 기업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했는지, 등에 관하여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전후처리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규명해 내야 할 연구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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