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2.2 금 14:02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교포 울리는 ‘재외국민참정권’LA한인회‘한 지붕 두회장’사태 빚어ㆍㆍㆍ교포 거물들, 국내정계진출 모색하며‘동상이몽’
시사저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0.07.2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2010 0803 / Vol. 1084 시사저널 안성모 기자 ] 


교포 사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분열만 가져올 것이다.”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이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재외국민참정권’을 두고 한 말이다. 참여정부 후반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지낸 그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도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 전이사장은 “부작용에 대한 대책 없이 참정권 추진에 앞장선 정치권은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해외교포 사회가 ‘정치 바람’으로 술렁이고 있다. 고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지난해 재외국민 참정권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이 법에 따라 오는 2012년부터 해외 거주 동포들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새로운 ‘표밭’을 공략해야 하는 국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교포 사회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교민들이 밀집해 있는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패를 갈라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인 영주권자나 일시 체류자 등 새로운 유권자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2백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북미 지역이 1백22만명으로 가장 많다.

최근 교포 사회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로스앤젤레스(이하 LA) 한인회 파행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30일 LA 지역 코리아타운에서는 한 편의 ‘코미디’가 펼쳐졌다. 두 개의 LA 한인회가 같은 시각 서로 마주보는 호텔에서 회장 취임식을 가진 것이다. 스칼렛 엄 회장과 박요한 회장은 각각 ‘30대 LA 한인회장’‘새 LA 한인회장’으로서 한인회를 동시에 출범시켰다. 이후 교포사회 안팎으로부터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양측을 중재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교포 수가 1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한인회가 둘로 쪼개지는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하자 교포 언론을 중심으로 재외국민 참정권의 부작용이 도마에 올랐다.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 사이에 음해성 폭로전 벌어지기도
봉사직인 한인회장 자리를 두고 혈투가 벌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참정권이 주어지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재미 언론인은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두 사람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고위 정치인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리가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치권에 직접 진출하려는 유력 인사들의 각축전도 불붙기 시작했다. 여야 정치권은 2012년 치러질 총선에서 재외국민 비례대표를 3~4명 정도 할당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다. 여기에다 고향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런 만큼 정계 입문을 노리는 해외 인사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이다.

현재 미국에서만 자천타천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서 김재수 LA 총영사를 비롯해 김승리·남문기 미주한인회총연합회(약칭 미주총연) 전·현직 회장, 이용태 전 LA 한인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사로 거론된다. 국제변호사인 김재수 총영사는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BBK 사건 공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네거티브 대책단’의 해외팀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공헌했다. 김승리 전 회장은 대선 당시 미주총연 회장을 맡고 있었으며, 이대통령 취임식에 초대 인사로 참석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남문기 현 회장은 참정권의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놓고 정치권과 협의를 갖는 등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왼쪽부터) 김재수 LA총영사, 김승리 전총연회장, 남문기 총연회장. ⓒ연합뉴스 
정계 진출에 나설 해외 유력 인사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으면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폭로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김재수 총영사를 비방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 논란이 되었다. 김총영사의 과거 이력과 친인척에 관한 내용으로,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 정치적인 흠집 내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일부 인사의 경우 여성 편력과 채무 관계 등에 대한 음해성 투서가 국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오기도 했다. 이 역시 정계 진출을 둘러싼 암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비례대표 선출 주체가 본국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교포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국회의원이지만 교포들의 손으로 직접 뽑지는 못한다. 실제 공천권은 중앙당에서 행사한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최근 칼럼을 통해 “교포 후보들은 당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여의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당 지도부의 눈도장을 찍고 줄을 잘 서야 할 것이다. 이런 여건이 안 되는 교포들은 아예 공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회에 입성해도 교포들의 권익 위해 할 수 있는 일 많지 않아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현업을 접고 한국 생활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극소수 교포만이 정계 진출을 꿈꿀 수 있는 셈이 된다.

무엇보다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교포들의 권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한국 국회의원이 현지 국가의 법과 제도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포 사회가 한국 정치만 바라보며 감투 싸움을 벌이는 동안 실제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사안들을 놓칠 수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한인유권자센터(KAVC)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아침저녁으로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기관들의 행사가 넘쳐 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동포 사회 내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인 상가가 몰려 있는 한 지역의 공동주차장 개발 사업을 두고 미국 주류 언론들이 한국계와 중국계의 갈등으로 몰아가 ‘제2의 LA 사태’가 우려되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고국으로부터 불어오는 ‘정치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유력 정치인들의 왕래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줄서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현재 일부에서 일고 있는 분열에 대한 우려가 교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교포 단체의 한 인사는 “실제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계에 진출하려는 교포는 많지 않다. 대부분 생업에 바빠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 한인회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이 정치 집단으로 변질될 경우 이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은 물론, 오히려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