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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는 빛 좋은 개살구?
경향신문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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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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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19 경향신문 [독자칼럼] /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


   
한·미 양국의 당국자들은 요즘 한·미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좋다고 주장한다. 증거로 유엔이나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사회에서의 적절한 공조, 수차례 정상회담에서 보인 화기애애한 분위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한국의 전면 참여와 아프간 재파병, 전시작전권 연기 합의 등을 제시한다. 특히 천안함 사건에서 보여준 미국의 지지는 더할 나위 없는 증거라고 말한다. 정말로 한·미 관계는 지금 최상의 상태인가?


분위기 좋지만 갈등요소들 숨겨


부시 행정부 8년과 한국의 진보정권 10년이 맞물린 동안 한·미 동맹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미 동맹의 태생적 기원인 냉전위협의 약화라는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바가 컸다. 또한 미국의 일방주의 성향 탓도 적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었다는 것만 봐도 확인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철저히 두 전임 진보정권의 탓으로 돌렸으며, 정권을 잡기 위한 효율적 수단으로 애용했다. 그래서 소위 ‘잃어버린 10년’이 가장 많이 적용되어 온 영역이 바로 한·미 동맹이기도 하다.

‘부시적 성향’을 지닌 이명박 정부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념적 성향이 유사한 오바마 행정부 간에 자리만 바꾼 채 한·미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예측이 꽤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듯보인다. 하지만 좋게만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으며, 진정한 시험대는 미루거나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차 핵실험 같은 북한의 성급한 도발과 한국의 맹목적일 정도의 친미정책에다가 미국의 무임승차에 가까운 대한반도 정책이 맞아떨어지면서 양국관계는 표면상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한·미 간의 갈등요소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고, 북한문제 해결에는 어떤 진전도 없이 개점 휴업상태다. 최근 오바마가 시한까지 못 박은 FTA 비준이 과연 한국이 좋아할 일인지, 아니면 천안함 사건 지지와 전작권 환수연기에 대한 보상으로서 압력이 시작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번에도 확인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와 동북아에서 중·미 간의 냉전적 대결구조 재현 가능성도 우려스럽지만 어느 쪽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임 정부의 외교적 실패를 거울삼아 자세를 낮추고 상대국을 존중하는 외교행보를 통해 미국의 신임을 많이 회복했다. 이것이 한·미 관계에도 적용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관건은 스타일보다는 본질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 대부분의 외교현안들을 이런 식으로 처리해왔다. 뭔가 나아진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이룬 것은 별로 없는 식인데, 국내정치에서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지만, 외교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종속적 관계 또다시 재현 아닌가

한·미 동맹에는 과거 냉전기간 소위 ‘선의적 무시(benign neglect)’가 강하게 작용했다. 국가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 당연함에도 한·미 관계는 절대 나쁠 수 없는 관계여야만 했다. 그러기에 갈등이 생겨도 늘 ‘이상무’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무시하거나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것이 가끔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게 방지하는 역할도 했지만, 문제를 숨기고 키워온 역할도 했다. 특히 이런 관계는 한국에 더 불리했고, 한·미 간의 종속적 관계를 심화 및 고착시켜왔는데, 지금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시와 노무현 정부가 분위기는 나빴지만 문제를 회피하지는 않았으며 일부 실질적인 성과도 이루어냈다. 그러나 현재 양국 정부는 좋은 분위기 속에 한·미 동맹의 여러 갈등요소는 미루거나 숨기고 있다. 게다가 한국정부의 적극적 친미행보가 미국의 무임승차 경향을 강화하고, 한국에 대한 지렛대를 계속 키워주고 있지나 않은지 우려스럽다. 최근 미국이 당당하리만큼 동해를 일본해로 언급하고, 정부는 항의조차 못하는 현실이 그 본격적인 시작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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