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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먹다가 탈났다
한겨레신문 (김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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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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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14  한겨레신문 / 김의겸 정치부문 선임기자 ]


   
▲ 김의겸 정치부문 선임기자
공자 시대에 9000명의 부하를 거느렸다는 도둑 도척이 한 졸개로부터 “도둑놈에게도 도(道)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도척은 “훔칠 물건이 어디에 있나 알아내는 것이 성(聖), 털 집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 마지막에 빠져나오는 것이 의(義), 일이 되고 안되고를 가늠할 줄 아는 게 지(知)”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훔친 재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인(仁)이니라.”
권력을 잡았으면 전리품을 챙기는 건 당연하다. 원시부족의 전투부터 현대사회의 선거까지 모든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리품이다. 옛날의 재물과 노예가 요즘은 이권과 자리로 바뀐 정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되면 바꿀 수 있는 자리가 2만개 정도는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나눠먹은 것을 보면 ‘독식’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2500년 전 일개 도둑의 깨침조차도 못 알아들은 듯하다.

우선 ‘친박’에 대한 홀대다. 정권은 함께 창출했는데, 친박에게는 국물 한 방울 돌아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국회 1급 자리가 친박에게 돌아간 적이 있는데, 그나마 박근혜 의원이 김형오 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은 결과로 알려졌다. 몇몇 친박 인사들이 민간기업체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권에 밉보일까 무섭다”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여당이 되고도 ‘폐족’으로 전락한 것이다.

‘친이’끼리라도 사이좋게 나눴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른바 정두언 의원 등 친이 소장파는 자리배분에서 배제됐다. 정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청와대에서 밀려났다. 과천 관가에 있는 정 의원의 경기고 동문들 사이에서는 “괜히 정두언 친한 척하다가는 손해만 본다”는 말이 쫙 돌았다고 한다. 뉴라이트들도 입이 나와 있다. 이들은 인사와 공천에서 밀리자 “모든 전리품은 혼자서 독식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아스팔트를 누빈 보수세력은 극우세력이라고 푸대접한다”는 볼멘소리를 해댄다.

선진국민연대에 가장 큰 고깃덩이가 돌아갔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도 찬밥 더운밥이 갈린다. 지난 5일 서울 한 호텔에서 선진국민연대가 조찬모임을 열어 120여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직에 진출한 사람은 한명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제 볼일 다 봤다는 거지” 등의 험한 말이 터져나왔다. 또 선진국민연대는 2008년 동행대한민국과 선진국민정책연구원으로 나뉘는데, 교수와 명망가 중심인 정책연구원에만 자리가 돌아갔단다. 출세한 회원들이 회비라도 내주길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입을 씻어버려, 동행대한민국은 사무실 운영비 문제로 곧 문을 닫을 처지라고 한다.

그럼 그 많은 자리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해답은 청와대 인사라인에 있다. 포항, 선진국민연대, 서울시청 출신들이 인사를 주물러왔고, 그 뒤에는 박영준 국무차장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기회의 문이 열리기도 닫히기도 했을 것이다. 심지어 한 비서관은 공직에서 막 퇴임한 자신의 형을 시중은행 고위직에 앉히기도 했다고 한다.

역사에서도 전리품 배분 때문에 국운이 갈리는 사례는 허다하다. 조선의 인조는 논공행상 때 반란을 주도한 이괄을 박대해 불만을 샀고, 결국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공주까지 줄행랑을 쳐야 했다. 반면 칭기즈칸은 전쟁 약탈물을 지휘관이 독식하던 유목민족의 관습을 폐지하고 모두에게 철저히 나눠주도록 해 몽골 기마군단의 정신력과 전투력을 높였다.

말 등에 얹혀 쫓겨가는 왕이 되느냐, 말 등에 올라타 대륙을 누비느냐의 갈림길에는 전리품 처리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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