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언론인, 본지 편집위원 ]


두 개의 LA한인회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서로가 마주보고 있는 두 장소에서 회장 취임식을 거행했다.

세를 과시하기 위해 양편 모두가 참석. 인원 동원에 심혈을 기울인 듯싶다. 하지만 양측 행사에 동원된 사람은 수백 명에 불과했다. 수십만 명의 한인들이 거한다는 LA지역이 아닌가?

또 서로가 한인 사회의 대표성을 주장하는 단체의 회장 취임식이다. 행사에 동원(?)된 사람들의 숫자가 겨우 이 정도라면 한인사회의 대표 기관의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하튼 두 사람 모두가 한인 사회의 엄청난 눈총까지 받아가면서도 한인회장이라는 감투에 올인(All in)을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LA 모 전직회장의 말인즉 재외국민참정권 때문이라고 한다. 두 사람 모두가 한나라당 성향의 인사라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의 고위 정치인의 이름까지 거론 되는 것을 보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리가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실 미주 지역의 일부 한인 회장들은 입만 열면 하는 소리가 재외국민참정권이다. 특히 미주총연 관계자들의 경우는 재외국민참정권이 마치 미주 동포사회를 위한 생명수라도 되는 듯이 착각을 하고 있는 모습일 정도이다.

전직 미주총연 회장과 전직 이사장은 한국에 나가 투표 방법과 투표 대상 문제를 두고 헌법 소원을 제기할 정도로 열심(?)이니 말이다. 과연 재외국민참정권 문제가 미주 한인사회의 입장에서 생명수 역할을 할 수가 있을까?

우선 미주총연 관계자들은 미주 한인사회의 유권자가 백 만 명 정도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15대 선거에서는 36만 표 그리고 16대에서는 57만 표로 대통령의 당락이 결정되었다. 미주총연의 관계자들이 주장하듯 미주 지역에 백만 명의 유권자가 있다면 한국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백만 명이라는 숫자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어찌 되었건 한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하지만 미주 한인사회가 우려하는 교포사회의 분열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표심 잡기에만 급급해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말이다.

해외에는 공식적으로 정당 조직을 할 수가 없다. 결국 한국의 정치권들이 동원하는 방법은 편법이다. 오래전 한나라 포럼이라는 명칭의 조직이 출범했다. LA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라 포럼의 한계성 때문인지 실패작이라는 평가이다. 그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조직을 구성해 발표했다. 안경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재외국민협력위원회’가 그것이다. 위원회에 속한 국회의원만 113명이라니 가히 매머드 급이라고 할 수가 있다. 대륙별 책임자까지 임명했지만 별로 활동은 눈에 띄지를 않는다.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는 MB의 사조직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이하 국실련)’이라는 MB의 사조직이 주인공이다. 국실련의 관계자라는 김준철씨는 미주지역을 순회하며 지역 인사들을 접촉하며 판짜기를 하는 중이다. 자신들의 조직이 청와대는 물론 MB의 형이자 현 정치권 실세인 이상득 의원과도 연계되어있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는 미주 지역에 거주하는 보수 세력의 결집이라 한다.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에 질세라 미주 한인사회를 향한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를 만들었고 당 차원에서는 ‘세계한인민주포럼’이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경우 당의 특성 때문인지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특정 지역 출신의 인사들이다. 또 자신들을 진보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 사항중 하나이다.

미주 한인사회를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그리고 영남과 호남으로 나누는 판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선거까지는 2년 이상 남아있으니 아직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본격적으로 선거철이 되면 정당은 물론 대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조직들까지도 미주 한인사회 전면에서 설쳐댈 것이 뻔하다.

봉사직에 불과한 한인회장 선거만으로도 지역에서 서로 패가 갈리는 판국이다. 그런데 모든 권력이 걸려 있는 대통령 선거라면ㆍㆍㆍ
재외국민참정권이라는 분열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