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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시베리아 억류자 특별조치법 시행
최영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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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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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국회의 특별조치법 통과를 기뻐하는 전국억류자보상협의회(全國抑留者補償協議會) 히라미츠오(平塚光雄) 회장
지난 6월 16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는 시베리아 억류자들에게 특별교부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후 강제억류자에 관련된 문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임시 각료회의 결정에 의해 법률로 공포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시행일 현재 일본 국적자로 생존해 있는 시베리아 억류자 약 7만 명이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들은 2012년 3월 30일 안에 특별교부금을 청구하면 억류기간에 따라 25만 엔에서 최고 150만 엔까지 특별교부금을 받게 된다. 1948년 말까지 귀환한 사람은 25만 엔, 1950년 말까지 35만 엔, 1952년 말 70만 엔, 1954년 말까지 110만 엔, 그리고 1955년 1월 1일 이후 귀환자는 150만 엔을 지급받게 되었다.

시베리아 억류자는 1945년 8월 9일 소련의 참전 결과 그 해 9월 2일 이후 소련군에 의해 소련과 몽골에 억류되어 강제노동에 동원된 일본인 포로를 말한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은 일본군 장병을 억류 대상으로 했지만 이 가운데에는 만주와 몽골에 거주하던 민간인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일본군 장병 가운데는 식민지 ‘조선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억류자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65만 명에서 200만 명 이상에 이른다고 하는 갖가지 설이 존재한다. 2009년 7월에 발견되어 크게 보도된 러시아 국립군사공문서관 자료에는 약 76만 명분의 억류자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옛 소련 억류에 의한 희생자 규모도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현재 일본 정부의 조사에 의한 사망자 명부에는 약 5만 3천명이 등재되어 있다. 미국의 연구자 William F. Nimmo는 일찍이 1988년에 출간한 저서 (Behind a Curtain of Silence)를 통해 확인된 사망자 25만 4천명과 행방불명자 9만 3천명 설을 제기한 바 있다. 억류자 대부분은 혹한의 추위 속에서 충분한 식사와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으며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 1993년 일본을 방문한 옐친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하여 ‘비인도적인 행위’였다고 인정하고 공식 사죄했다.

1947년부터 일본-소련 국교가 회복되는 1956년까지 10년간에 걸쳐서 억류자 귀환이 이루어져 47만 3천명이 귀환 길에 올랐다. 1990년대에 들어 러시아 정부가 억류자 수용소와 묘지의 소재지 등을 기록한 자료를 일본 정부 측에 전달하면서 이를 기초로 하여 후생성과 민간단체들이 사망자 유골 수습을 실시해 오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1956년의 일본-소련 수교에 따른 공동선언에서 일본이 소련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포기함으로써 일본정부의 과제가 되었다. 특히 이들의 노동에 대한 미불임금은 언젠가 일본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 1992년부터 러시아 정부가 이들에 대한 노동증명서를 발급하면서 미불임금 지급의 근거가 마련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널리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시베리아 억류자들로 구성된 ‘전국억류자보상협의회’는 2006년부터 일본정부에 대해 미불임금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비록 사법부는 원고의 요구를 기각하고 일본정부의 보상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본 정치권으로서는 인도적 차원의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지난 2006년 자민당과 공명당에 의한 공동 여당은 억류자 생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10만 엔가량의 여행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가 관련 단체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2009년에 새로 집권한 민주당은 억류자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억류 기간에 따른 차등 지급의 형태로 금번 특별교부금 법률안을 추진해 왔다. 이것은 보상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어 과거 정권의 ‘전후처리가 끝났다’고 하는 방침을 뒤엎는 것이다. 이 문제로 여야 정당 사이에 의견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참의원을 통과한 법률안이 한 달이 지나서야 중의원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전후처리 문제에 관한 정치적 미해결 과제가 있음을 확인한 이번 법률안은 앞으로 도쿄 공습 피해자 문제 등에서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이번 일본의 특별조치법은 한국인 억류자에 대한 전후처리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이 일본국적 억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억류자에 대한 인도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현재의 국적만을 이유로 하여 한국인 피해자를 무시하는 처사에 대해 금후 한일 양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시베리아에 억류된 ‘조선인’ 규모는 1만 여명으로 현재 한국에 10여명이 생존해 있다. 1991년 당시 한국인 생존자 50여명이 ‘시베리아 삭풍회’를 조직하고 일본 정부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하여 도쿄지방법원에 미불임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을 당한 일이 있다. 일본 사법부의 입장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보상 의무는 끝났다고 보고 있으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양국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식민지 시기 일본군으로 복무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 한국인에 대해 한국정부는 관련 위원회를 통하여 2008년 9월부터 위로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여기에다가 이들의 미수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생존자에 대해 의료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대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이들이 일본군으로 복무할 때 받지 못한 미수금에 대해 공탁 자료를 주된 근거로 하여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후 소련 당국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에 대해서까지 지원금을 지급하기에는 그 근거를 찾기가 곤란하다. 올해 2월 한국 국회를 통과한 일제강제동원피해 조사와 지원을 위한 새로운 법률에 의하면, ‘미수금피해자’란 노무 제공 등을 한 대가로 일본국 및 일본 기업 등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급료 등을 지급받지 못한 사람으로 되어 있다. 옛 소련 당국을 이 규정 속의 ‘일본국 및 일본 기업 등’에 속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정부는 미수금 지원에 있어서 자료에 나타난 금액에 대해 일일이 1엔(円)당 2000원으로 환산하여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사망한 자나 생환자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생존자에 한정하여 억류기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어 일괄적으로 지급하게 된다. 한국식 방법으로는 러시아 정부가 발급하는 노동증명서를 근거로 하여 일일이 환산해서 지급해야 하는데 러시아 화폐를 원화로 어떻게 환산하여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으며 정부예산도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에 일본식 방법으로는 귀환 시기만 입증이 되면 쉽게 지급 금액을 결정할 수 있으며 생존자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예산 부담도 적다. 억류자로서 생존해 있는 사람들이 이제 모두 90세를 전후한 고령자들로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미수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특별조치법은 일본 정부에게 억류자와 희생자의 규모와 실태를 규명하고 유골 수습과 추도 사업을 진행하는데 적극성을 부여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시베리아 억류 문제는 일본제국의 침략전쟁의 결과 발생한 것으로, '조선인'의 경우 식민 통치의 결과 일본군으로서 피해를 입은 사건인 만큼, 특별교부금 지급 이외에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나 유가족의 국적을 가리지 말고 성의 있는 조치를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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