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이구홍 이사장)는 지난달 28일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23 교포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60주년을 맞는 사단법인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이사장 이구홍)는 해마다 교포정책 포럼을 통해 재외동포 당면 과제를 놓고 논의해 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3교포정책 포럼'에서는 '중국 소수민족정책과 조선족의 미래'라는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중토론을 진행했다.

▲ '2023 교포정책 포럼'에서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구홍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 앞서 이구홍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중국이 밉다고 '중국 조선족'에서 '조선족'이라는 용어는 빠지고 '중국놈'이라고 미워하면 되냐"며 지난 60여년간 동포정책 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던 연구소 활동을 회고하며 이번 토론의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2023 교포정책 포럼'에서 재외동포청 왕길환 대변인이 이기철 청장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 청장은 왕길환 대변인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포럼이 앞으로도 재외 동포들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공유하는 장이 되도록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 '2023 교포정책 포럼'에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해외교포문제연구소는 지난 60여년간 많은 연구 업적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해외동포의 날’을 제정하여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내외동포가 한자리에 마주하여 ‘민족이 있는 곳에 우정을 보내고 우정이 있는 곳에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의식 함양을 불러일으키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뜨거운 우정을 보냈다.

▲ '2023 교포정책 포럼'에서 김성학 전 재한중국동포중앙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성학 전 재한중국동포중앙회 회장은 축사에서 “우리 조선족의 미래는 밝지 않다”며 “미래 50년, 우리 조선족의 명칭마저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다고 말문을 열었다.

"중국은 우리 조선족에게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을 찍지도 않고 오히려 국적도 주고 우대정책을 펼쳐왔다"며 "하지만 모국인 대한민국은 조선족을 동포라고 하면서 동포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불법체류'라는 모자를 씌우고 불법은 다 중국동포들이 한다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값싼 외국 노동 인력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또 “‘불법체류’라는 낙인은 중국 조선족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책으로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 왜 할아버지 집에 오는데 시험을 봐야 하며 또 유전자 검사까지 해야 하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요즘 심각한 한중관계 갈등으로 제일 피해를 보고 가슴 조이고 눈치 보는 것은 중국 조선족 사회”라며 “남북 관계 상황에서도 그 불똥은 고스란히 조선족 사회에 튕긴다”고 말했다.

▲ '2023 교포정책 포럼'에서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과 조선족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 강광문 서울대 교수, 김정룡 중국동포문제연구소 소장, 김봉섭 명지대 겸임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발행인, 예동근 국립 부경대 교수, 김동훈 서울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토론회에서 김봉섭 명지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김정룡 중국동포사회연구소 소장이 ‘중국 소수민족 정책과 조선족의 삶’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토론자로 강광문 서울대 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발행인, 김동훈 서울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 예동근 국립 부경대 교수,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이 발표를 했다.

▲ '2023 교포정책 포럼'에서 김정룡 중국동포문제연구소 소장이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과 조선족의 삶'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정룡 소장은 "조선족은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한국에 온 조선족이 고국 한국에 대해 "감사함과 서운한 감정이 병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감사함'은 돈을 벌어 부(富)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고, '서운함'은 중국의 화교정책과 비교되어서 나오는 감정이라는 설명이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 초반까지 북한에서 5만여 명에 달하는 화교들이 고국에 돌아왔는데 정부 차원에서 일괄 배치해 주었다. 이들에 대해 중국 정부는 취직에서 우대정책을 시행하였고 대학입시에서도 화교 자제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많은 우대정책을 시행하였다. 중국정부는 또 개혁개방 초기에 해외화교 화인이 고국방문 시 항공료 10% 할인, 숙박비 10%할인 등 우대정책을 시행하였다."

분명 중국의 화교정책은 한국의 동포정책과 비교되는 다른 점이 있다.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가면 중국정부가 화교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해주겠지 하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늘날 조선족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 소장은 이 물음에 대한 답보다 "한국사회는 중국에서 저선족이 왜 조선족이 되었는지? 왜 중국공산당을 옹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시대 배경을 잘 이해하고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건설에 서로 노력하여 힘을 합쳤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로 주제발표를 마쳤다.

헌법학자로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광문 교수는 시진핑 시대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변화에 대해서 말한다.

강 교수는 “특정한 종교가 없는 조선족은 언어와 문자를 배우지 않으면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교육을 많이 받은 조선족이 중국의 주류 사회로 올라갈수록 정체성 유지가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문화, 다민족 사회로 변화해 가는 대한민국이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며 "경험이 많은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도 분명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또한 재외동포정책에 있어 "인구 감소, 인구 소멸 시대 한국은 앞으로 100년, 중국 조선족은 짧으면 20년 길면 50년이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현실에서 코리안공동체가 아시아 지역에서 함께 공존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한국에 유학을 와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예동근 국립 부경대 교수는 조선족과 화교 사회를 연구한 조선족 학자이다.

예 교수는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이나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 의해서 조선족의 운명이 결정될 거라고 보는 것은 조선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된다고 믿지 않는다"며 조선족 위기론에 반론을 제기했다.

예 교수는 오늘날 조선족은 동북 농촌지역을 벗어나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중국 대도시 북경, 상해, 일본 동경, 그리고 한국 서울을 거점으로 글로벌경제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은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조선족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흐름 속에서 조선족 사회의 변화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연변은 조선족 문화의 중심지로서, 서울은 글로벌경제공동체로서 조선족 사회의 주요 지역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는 "지금의 중국 조선족과 한국인의 관계는 이해와 반목(反目)이 크게 교차하고 있다"며 "한중수교 30년이 지난 시기인 만큼 서로 원망만 할 때는 아니다"며 조선족 동포 사회와 한국사회가 서로 이해를 높이고 반정서를 좁혀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서울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은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인 보다 더 전통문화를 지켜오고 우리말을 지켜온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국내 체류 동포들을 위한 지방자치정부 차원에서 지원 조례 등이 재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조선족의 미래에 대해서는 "국내 체류 중국동포들의 생활상을 볼 때 희망적이다는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된다"고 김 센터장은 평가했다.

연변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30년 가까이 활동한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은 "예동근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은 시기에 따라 변화할 수 있고 과거에도 그러해 왔다"며 1950년 말, 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중국의 변화된 소수민족정책은 조선족에게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며 "이런 정책에 조선족사회가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큰 역사적 흐름에 따라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남북통일에 있어 750만 재외동포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국은 동아시아지역에서 남북한과 중국의 조선족을 한 개의 축으로 보고 동포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