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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K-문화 직지, 파리에서 세계인의 유산이 되다
프랑스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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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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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 파리미술사연구소 (Since 2014) 대표

   
[프랑스국립도서관 공식 사이트]

지금 프랑스국립도서관에는 «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 전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전시장 입구 환한 조명 아래서 당당하게 우리를 반기는 한국 책 한 권이 있다. 이것이 고려에서 태어나, 조선에 머물다, 파리에 정착한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인 « 직지 »이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직지를 파리에서 실제로 보니 반가운 마음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프랑스가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 최초 금속 활자가 유럽이 아니라 한국임을 천명하고, 그것을 공식화해 준 것 같아 날로 진화하는 세계 속의 K- 문화를 제대로 실감하고 왔다. 이에 이번 전시 방문을 권장하고, 직지가 우리에게 무엇인지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 공식 사이트]

먼저 직지의 외형부터 소개하겠다. 직지는 동양의 전통 선장 제본 방식인 오침안정법(五針眼訂法)으로 제작되었다. 책 등을 오른쪽에 두고, 그곳에 5개의 구멍을 뚫고 붉은 실로 박음질하듯 꿰매었다. 따라서 책 제목은 현대 서적과는 반대로 맨 뒤에 쓰여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세로 읽기를 한다. 크기는 24, 5 x 17 cm이다. 하권 총 39쪽이고, 한 면에 11칸의 세로줄이 있고, 줄마다 최대 20개의 한자가 인쇄돼 있다. 재질은 종이다. 표지는 크림색이고 표면에 다이아몬드 패턴과 꽃이 일정한 간격으로 새겨져 있다. 표지 왼쪽 상단부에 먹으로 "直指", 그 바로 아래에는 下라고 쓰여있다. 제목 바로 옆에는 직지 수집가 빅토르 콜랑 드 플랑시가 수집 당시 써놓은 불어도 보인다. "le plus ancien livre coréen imprimé en caractères [grattée illisible] fondus 1377".

   
▲ 직지, 1377, 고려 청주 흥덕사 간행, 24, 5 x 17 cm 종이,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다음은 책의 내용을 살펴보겠다. 직지는 종교 서적이다. 직지는 현재 한국 불교계에서 매우 중요한 서적으로 간주한다. 보우普愚(1301~ 1382), 나옹儺翁(1320~1376)과 함께 고려말 선종의 3대 고승인 백운白雲(1298-1374)이 엮은 불경이다. 직지의 원제는 «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이고 줄여서 « 직지 »라고 부른다. 직지란 « 불성을 깨닫다 »는 뜻이다. 책 내용은 역대 불가의 유명한 선지식들의 게송, 법문, 일화를 담은 참선 수행서이다. 직지는 백운화상이 1372년 원나라에서 구한 불조직지심체요절 1권을 과감히 증편하여 상·하2권으로 엮은 것이다. 프랑스의 직지는 그중 하권이다.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책의 보존 상태에 눈이 번쩍 뜨였다. 650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종이와 글자가 깨끗하고 선명했다. 그런데 위 사진에서도 보이듯 책의 상단부 전체에 암갈색의 얼룩이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다. 한국은 이를 직지가 복장 유물로, 나무 불상 안에 안치되었고, 그 속에서 오랜 세월 흘러나온 송진으로 인한 얼룩이라고 본다. 프랑스와 협력하여 얼룩의 근원을 심층적으로 연구한다면 아직은 미스테리한 직지의 최후 동선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까 ?

직지는 목판본으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에 있다. 왜 다시 목판본인가? 그 이유는 지방의 금속활자 인쇄 기술이 미숙하여 인쇄량이 부족했고, 이러한 문제를 기존 목판인쇄본으로 대처하여 부족한 양을 보충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점으로 보아 고려 시대에는 금속활자본과 목판본을 병행하여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직지는 650살이다. 책 올림픽이 있다면 단연 금메달감이다. 표지에 불어로도 쓰여있듯 직지는 1377년 고려 청주의 흥덕사에서 간행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인쇄본 « 42행 성경 »(1455년경, 독일)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다. 그러니까 세계 금속활자의 발명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유럽의 구텐베르크가 아니라 한국의 직지이다. 이런 이유로 직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귀하신 몸이다. 또한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으니 명실공히 인류 문화유산으로 우뚝 서 있다.

한국은 세계 인쇄술의 선구자다. 후한(後漢, 25년~220년) 시대 종이 발명은 필연적으로 동아시아 인쇄술 발명으로 이어지는데 8세기에 한국은 목판 인쇄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그 좋은 예로 한국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초 목판 인쇄본이다. 통일신라 751년에 간행되었고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되었다. 한국 인쇄술의 정확한 시원은 알 수 없지만, 불교 전래와 함께 불경을 필사하다가 사찰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목판 인쇄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14세기에는 목판보다 더 진화된 금속 활자를 주조한다. 이것의 최초 인쇄본이 바로 직지다. 종이 발명에서 금속 활자까지 1400년 이상이 걸렸다. 이렇듯 인쇄술은 오랜 시간의 진화를 거쳐 우리에게 왔다. 결코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문화가 아니다.

유럽의 인쇄술은 어떻게 발전되었나? 직지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의 모델인가 아닌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그의 인쇄술이 중세의 암흑시대를 종식하고 유럽을 혁신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세는 책이 귀했다. 그 이유는 구텐베르크 이전에 서유럽의 유일한 정보 전달 수단이 필사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5세기 유럽 인구의 15%까지 글을 읽을 줄 알았고, 큰 도시의 교수, 학생, 의사, 법조인, 상인은 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하루 12시간 꼬박 손으로 필사하면 많아야 하루에 3장, 1년에 겨우 성경 1권을 완성했다. 그러니 늘어나는 책의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문제를 구텐베르크가 속도전으로 해결한 것이다. 16세기 유럽은 빠르고, 정확하고, 미적인 금속활자 인쇄로 시간당 250페이지를 인쇄하여 하루에 양면 1,500페이지까지 인쇄하는 데 성공한다. 이로써 책 공급망에 대혁신이 일어났다. 이 시기를 유럽 지식 정보 산업의 « start-up »시대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책은 전 유럽, 모든 계층에 빠르게 퍼져나가 문명 세계를 열었다.

다시 직지로 돌아와 보자. 직지는 한국 소유의 문화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직지는 어떻게 파리에 오게 되었나? 19세기 말 프랑스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주한 대리공사로 있을 때 그는 조선에서 고서 수백 권을 수집했다. 그 안에 직지가 있었고, 그의 사후 앙리 베베르라는 수집가가 경매에 나온 직지를 사들였다. 이후 베베르의 유언에 따라 직지는 1950년에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다. 이런 이유로 직지의 소장자가 프랑스가 된 것이다. 직지는 프랑스국립도서관 고문서관 ‘특별 서고’에 있다. 청구기호는 한국 109번이다. 고문서 중 최고의 사료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안전상 열람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디지털 직지는 아래 링크에서 온라인 무료 열람이 가능하다. https://gallica.bnf.fr/ark:/12148/btv1b52513236c/f7.item.zoom

직지는 파리에서 총 3번 대중에 공개되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이 처음이고,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가 두 번째이다. 그리고 2023년, 프랑스의 «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 전시로 50년 만에 세 번째로 선보인다. 이번에는 서양 최초 목판화 ‘프로타 판목’(1400년경)과 직지(1377년)가 모델일 수도 있는 유럽 최초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경)을 포함한 서양의 후배 활자 인쇄본 270여 점과 나란히 전시되었다. 직지의 네 번째 전시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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