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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동포 작가 전춘화 씨, 첫 소설집 '야버즈' 펴내한국인보다 한국적인 스토리
최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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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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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족 삶 등 풀어낸 5개 단편
  • 예민한 관찰, 정제된 문장 눈길
  • 한글 소설·수필 쓰며 작가 활동
  • 영화 ‘미나리’ 같은 감성 담겨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는 중앙아시아에서 꿈을 안고 한국에 온 고려인 동포 7000여 명이 모여 사는 고려인마을이 완연히 자리 잡아 날마다 새로운 소식과 화제를 발신하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지운 김도희 감독이 만들어 지난 2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차별’은 재일동포가 지금 일본에서 겪는 고충·애환·차별을 조명해 주목받는다.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1)는 재미동포의 삶 이야기이며,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는 재외동포문학상은 올해 24회째를 맞는다.

어쩌면 문학은 경계에 서 본 사람 또는 여전히 서 있는 사람, 그래서 이쪽저쪽을 두루 보고 알며 그런 상황에서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진지하게 캐묻는 사람이 잘 해낼 장르이다. 작가 전춘화의 첫 소설집 ‘야버즈’(호밀밭 펴냄)에 실린 단편소설 5편을 읽으며 받은 느낌이다.

   
▲ '야버즈' 표지.

전춘화 작가는 중국 길림성 화룡시에서 태어나 연변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2011년 한국으로 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주로 중국 조선족 문예지에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산의 호밀밭출판사에서 한국 독자와 제대로 만날 통로인 첫 소설집을 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5편은 ‘야버즈’ ‘낮과 밤’ ‘블링블링 오 여사’ ‘잠자리 잡이’ ‘우물가의 아이들’이다. 일상과 기억과 추억에서 길어 올린, 언뜻 소소해 보이고 자극성이 아주 강하지는 않은 이야기 속에 예민한 관찰과 깊은 질문이 숨쉰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능청스럽고도 진지하게 정제된 문장에 담아 툭툭 내놓는다. 한국 사람은 좀처럼 스스로 발견하기 힘든 한국인과 한국 사회 모습도 작품 속에서 인상 깊게 드러난다. 그래서 마치 ‘불닭볶음면 순한맛’처럼, 잔잔하다가 강하다.

표제작 ‘야버즈’는 지금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로 글을 쓰며 작가로 활동하는 조선족 동포인 전춘화의 장점과 재능을 잘 보여주는 느낌이다. 젊은 중국동포 여성이 같은 중국동포 남성과 결혼해 시어머니와 함께 서울에서 살아가는 모습의 단면을 간결하고도 풍성하게 그린다. 야버즈는 중국 음식 이름이다. 오리 목 부위에 붙은 고기다. 중국에서 태어난 경희에게는 소울 푸드다. 그런데 경희 주변 한국인은 마라탕·훠거·양꼬치 말고는 별 관심이 없다.

“연변 냉면이든 마라탕이든 오리지널 본토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맛을 경희는 한국에 와서 잘 느껴 보지 못했다.”(11쪽) 그는 중국에서 먹던 음식이 그립다. 한국에 살며 느끼는 것도 꽤 많다. “느릿느릿 초음파실에 들어가니 다행히 여의사가 따로 있었다. 경희는 한국의 이런 디테일을 좋아했다. 자본의 파워든 아니든 어쨌든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잘 터치하는 서비스는 꽤나 만족스러웠다.”(20) ‘연변 사회 치맛바람의 시조’로, 한국에 오자마자 몇 달 동안 도서관에 박혀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한 시어머니 존재도 꽤 흥미롭다. 이 작품 말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야, 하다못해 마라탕과 양꼬치도 한국에서 정착을 했는데 우린 이게 뭐니’라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자 친구들이 너도나도 꺄르르 웃는 이모티콘을 남발했다. ”

소통의 힘이 빛나는 ‘낮과 밤’, 마음씨 고운 조선족 동포 돌봄 노동자 오 여사가 “한국인이 불쌍하다”고 깨닫는 모습이 인상 깊은 ‘블링블링 오여사’, 악착같이 살아가려는 남의 모습을 긍정하면서도 주인공은 자기 길을 걸어가는 ‘잠자리 잡이’와 ‘우물가의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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