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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스러운 한·미·일 협력의 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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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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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 워싱턴 특파원

   
 

1909년 11월3일 미국 워싱턴의 윌러드 호텔. 주미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일본 국경일 만찬 행사에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필랜더 녹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그는 일주일 전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프린스 이토’라는 “영웅”의 “때 이른 잔혹한 죽음”에 온 미국이 슬퍼하고 있고, 이는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에게도 “깊은 개인적 상실”이라고(황준식, ‘1910년의 국제법 풍경’, 서울국제법연구 27(2)).

그 윌러드 호텔은 이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할 때 묵는 곳이 됐다.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싱크탱크 세미나도 종종 열린다. 그리고 113년 전 극심한 비대칭 관계에 놓여 있던 한·미·일 간 협력은 가히 ‘전성기’를 맞았다. 역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어쩌면 역사의 본질일는지도 모른다.

‘동맹 복원’을 내건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3각 공조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최근의 협력 진전 수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들에게도 경탄의 대상인 모양이다. 공개 학술행사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3국의 대응은 표준운영절차(SOP)를 따른다”(미라 랩후퍼), “프놈펜 정상성명은 10년 전 양자 차원에서 나왔어도 놀라운 내용”(에드 케이건)이라고 발언하니 말이다.

한·미·일 협력의 르네상스 시대는 당연하게도 기회와 위험 요인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정상성명에서 제시된 공급망, 핵심·신흥 기술 등 경제안보 협력은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이후 단절된 한·일 간 경제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3국 협력 심화를 경계해온 중국발 보복조치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첨단 제조업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흐름에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연합훈련을 포함한 한·미·일 대북 공조는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 속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확장억제 강화를 담보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자국 내 핵무장 찬성 여론이 커지고 있는 한·일이 함께 미국에 확장억제 공약 이행을 요구한다면 미국도 외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역사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과 어디까지 군사협력을 할 것인지, 안보 공조를 중국을 겨냥한 ‘규칙기반 질서 수호’ 일환으로 보는 미국엔 어떻게 대처할지, 한반도가 중국의 군사적 보복 타깃이 되는 건 아닌지 등 풀어야 할 숙제, 답해야 할 질문이 많다.

워싱턴 조야의 논의를 귀동냥하다보면 ‘한·미·일 협력’이 마치 북핵 위협, 공급망, 중국의 공세 등 온갖 문제를 해결할 ‘매직워드’로 호출된다는 인상을 받는다. 새해에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긴박한 시대에 정부·여당과 야당은 과연 3국 협력의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까. 연합훈련에 ‘친일’ 딱지를 붙이는 것은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미·일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간과한 채 대세에 휩쓸려 가다가는 무책임한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한국이 한·미·일 협력의 운전대를 잡지는 못하더라도 ‘길찾기’에선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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