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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일본, 활용은 우리의 몫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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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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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 미래기획부장

최고급 백화점 식품관에 김치·잡채 등 한국식 반찬
국제 포럼선 “한국 배우자” “극우파 비중 점점 작아져”

일본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역사가 190여 년 된 최고급 럭셔리 백화점이다. 에르메스·구찌·루이비통 등 온갖 명품이 즐비한 이 백화점은 콧대 높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부자들의 쇼핑 명소다. 일요일인 지난달 20일 오후 지하 1층 식품관에서는 배추김치·총각김치·파김치 등 여러 가지 김치를 팔고 있었다. 김치 매대 인근에서는 한국식 김밥과 잡채·시금치 등 우리 반찬을 팔았다. 일본 최고 백화점의 식품관에서 한국 음식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 일본의 니혼바시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백화점 건축물로는 최초로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tokyo-trip.org

이뿐 아니었다. 도쿄의 히가시신주쿠역 인근에는 제법 규모가 큰 수퍼마켓이 있다. 김치부터 라면, 반찬, 과자 등 모든 품목이 우리 먹거리였다. 심지어 ‘충청북도 우수 식품 상설 매장’이라는 안내판까지 세워뒀다. 고객은 모두 일본 사람이었다. 신주쿠역 주변에서는 ‘한국식 가정식’이라는 광고판이 붙은 한식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식당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흔하다.

   
▲ 지난 20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김치와 한국식 반찬 등을 팔고 있다. /도쿄=최우석

신주쿠역 인근에는 다양한 일본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촌이 500~600m 줄지어 있었다. 지난달 16일 저녁 일본 젊은이들로 인산인해였다. 한 가게 앞에서 기웃거리는데, 20대 중반 일본 여성이 “정말 맛있어요” 하며 서툰 한국어로 음식을 설명해줬다. BTS 광팬이라고 했다. 일본 약국에 들어갔더니 판매원이 한국어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약”이라며 이것저것 소개해줬다. 일본어 한마디 못하는 필자가 도쿄 어디를 가도 별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었다. 10여 년 전 드라마 ‘겨울 연가’나 아이돌 그룹 ‘빅뱅’ 등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긴 했지만, 이번처럼 일본에 한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 지난 20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김치와 한국식 반찬 등을 팔고 있다. /도쿄=최우석

지난달 17~18일 도쿄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 저팬(Roundtable Japan·RTJ)’은 한국에 대한 일본 주류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RTJ는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고노 다로 디지털대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대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스즈키 게이스케 중의원 의원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정치인과 기업 및 학계 인사, 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소규모 포럼이다. 토론 내용은 인용하되 발언자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채텀 하우스 룰’에 따라 허심탄회하게 토론한다. 일본인 참석자는 모두 영어가 유창했다.

포럼에서 만난 한 유력 신문사 간부는 필자에게 “딸이 K팝 팬”이라면서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어를 딸한테 배웠다”고 말했다. 한 연사는 “37년 전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였는데, 지금 세계 33위가 됐다”면서 “한국에도 추월당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인은 “일본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인들은 세계 시장을 보고 사업하는데, 일본은 자체 시장이 크니까 일본에만 안주한다”며 “일본이 퇴행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디지털화도 한국에 뒤처졌다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현실을 부정하는 일본 우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참석자는 “일본 극우파한테 살해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 사는 미국인 참석자는 “야스쿠니 참배도 문제지만 역사를 완전히 왜곡한 야스쿠니 박물관이 더 큰 문제”라면서 “일본 정부가 민간 시설이라 관여 못 한다고 하는데 그냥 묵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일본 사회에서 극우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분명 바뀌고 있고, 일본의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한국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 일본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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