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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충돌할 것인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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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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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 한신대 교수

   
 

세계는 분열의 시대에 들어섰다. 세계는 충돌하고 말 것인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분열과 충돌의 양상을 확연히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대만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북핵 문제가 서로 연동되어 있고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백승욱 교수, 박민희 기자).

전쟁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15일에는 우크라이나 접경의 폴란드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 오폭으로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쏜 것이었다면, 나토를 공격한 것이 된다. 나토와 러시아 간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한편 북한은 11월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방한계선 이남에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분단 이후 최초의 일이다. 북한은 또한 11월18일에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북한의 군사적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확연해진 진영 간 대립에 편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핵심 문제로 보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후퇴시켰다. 이전에 중국은 핵무장과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라는 ‘쌍중단’을 주장해왔었다. 이제 중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 반발하면서, 북한이 우려하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한·미 훈련 등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핵무장에 대한 국제제재의 포위망을 돌파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중이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 전쟁터가 되는 곳은 괴멸적 타격을 입는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9개월간 러시아 군과 우크라이나 군 모두 10만명 정도의 사상자가 나왔을 것으로 언급했다.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대만에 집중된다. 대만으로서는 현재 수준의 긴장 관계 속에서 미·중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핵전쟁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에서의 충돌은 상상을 초월한 피해를 낳는다. 북한은 지난 9월 핵무력정책 법령을 제정해서 핵전쟁 의지를 공표했다. 핵전쟁 시나리오는, 대화 중단과 불신 증대, 군비경쟁 가속화, 고성능 무기 시험과 군사적 시위, 소규모 군사충돌, 지도부의 전쟁의지 고양 등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이 누적되면서 제한 핵전쟁으로 이행하게 되면, 경제적 마비, 사회적 공황, 군사체제로의 전환 등이 이어진다.

한편 진영 간 분열이 세계 전체를 꼭 충돌의 길로 밀어 넣는 힘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힘은 세계의 충돌을 제어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분열의 긴장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은 길을 찾으려 한다. 외면적으로 세계는 완전히 진영화된 것으로 보인다. G20 국가 중에서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나라는 10개국이고, 불참한 나라도 10개국이다. 그러나 제재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은 에너지, 광물, 곡물 등이다. 이들 품목의 서방에 대한 수출 감소량은 중국과 인도로 향하고 있다. 전쟁의 가장 큰 경제적 효과는 러시아가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더욱이 민간기업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비즈니스를 전면 중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다수 서방 진영도 러시아 사업의 완전 철수를 주저하고 있다. 서방 기업들의 경우도 러시아 사업을 완전 철수하기보다는 일시 중단이나 축소·보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대신 카자흐스탄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서방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김양희 교수).

에너지 공급망은 물론 제조업 공급망을 끊어내는 것도 매우 어렵다. 미국이 첨단부문,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지만, 범용 제품에서의 전면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과의 전면 디커플링을 밀어붙이면 대만은 존립할 수가 없다. 독일이나 한국과 같은 제조업 국가도 어려움이 크다. 숄츠 독일 총리가 다시 옹립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을 방문하여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명한 다각화”를 말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단기간 안에 완전히 새로운 제조업 공급망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미국 기업들도 일정 기간 현재 수준의 긴장을 감안하면서 우회적인 시장관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경제 현실에서 누가 살아남고 이익을 취할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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