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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사회문화와 풍토다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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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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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국립호주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코비드 사태가 진정되면서 한국을 다녀오는 해외 한인들이 부쩍 늘었다. 호주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과거보다 즐거운 이야기를 듬뿍 가지고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된다. 고국이 잘 살게 되어 멋진 놀이터와 관광 명소와 맛집이 많아져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그렇다.

한국 여행을 가지 않거나 못하고 현지에 그대로 지내는 한인들도 요즘 현지보다 고국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국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미디어 전공자의 관점에서 보면 해외 한인사회를 주도하는 1세와 1,5세들은 현지가 아니라 한국에서처럼 한국 뉴스를 주로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조사가 없지만 그들은 현지어 텔레비전 채널이 아니라 단추 하나 누르면 동시에 보게 되는 YTN, 연합뉴스 같은 한국말 뉴스 전문 채널과 여러 종합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것으로 믿어진다.

한때 나는 주로 영어 방송을 듣고 영어 책과 영어 간행물을 읽고 쓰고 했었다 (영어를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은 전혀 아니다. 그런 동기의식이 사라진 게 이유다. 텔레비전을 키면 한국 방송이고 신문도 한국어다. 대하는 사람도 거의 동족이다. 그러기에 나는 사업가가 아니어서 경제적으로는 몰라도 시사와 관심 면에서는 한국과 더 일일생활권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물질적 풍요는 몰라도 매체를 보고 듣고 배우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는 늘어난 멋진 놀이터와 관광 명소와 맛집만큼 즐거운 이야기 거리가 아니다. 무슨 뜻인가는 독자들 자신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하니 따로 쓰지 않겠다.

법만능주의로는 안 돼

이상 쓴 것은 한국과 일일생활권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고국지향적인 글을 자주 쓰는 변(辯)이다.

나는 너무 혼탁한 한국 정치를 개혁하겠다면 정치 지도자와 국회의원과 법조인들이 즐겨 일 삼는 헌법과 그 많은 법률과 기구와 제도와 정책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정치사회문화에 새롭게 눈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이 정치사회문화인가? 법과 기구와 제도와 정책 자체가 그걸 바라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에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게 이런 제도를 돌리는 국민의 행태이며 그의 후진성이다. 이해하기 쉽게 몇 가지 사례를 든다면 세계에서 2등가라면 서운해 할 강한 한국인의 직위의식, 자기 이익이라면 어느 쪽이든 둘러붙는 정의감의 부재, 탐욕, 기회주의, 정실주의, 지역주의, 수오지심(羞惡之心) 등 많다. 물론 구성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게 더 문제다.

그건 오랜 기간을 거쳐 쌓인 사람들의 몸에 밴 습성이며 전통이어서 바뀌자면 국민적 각성과 합의로 새로운 풍토가 조성되어야 하고 그나마도 꾸준한 노력이어야 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아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진다. 이런 국민적 이슈를 걱정하고 연구하고 대중을 향하여 설파하는 정신적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왜 없을까? 그런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없고 미디어가 띄어 주지 않으니 그렇다.

지금 한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긴 게 한반도 또는 군사 전문가이다. 핵보유국이 되어 미사일을 연일 쏘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여야 하니 그런 자리가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또 경제와 금융 전문가 자리도 많다. 이 또한 먹고 살고 부자 나라가 되어야 하니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균형이다. 국민이 지금처럼 4분5열 되어 찢고 싸우는 나라가 콩가루 집안이라면 아무리 군사력이 강하고 잘살아도 모래 위에 쌓는 성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걸 모르는 게 현실의 대한민국 같다. 미군이 와 있으니 괜찮다는 건가?

높은 자리 숭배

훌륭한 법과 제도만으로 나라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지금쯤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해방 공간과는 달리 지금 이 나라는 법과 제도에 관한 한 미비한 게 거의 없다. 법전공자가 우대를 받고 법관이 많은 나라인지라 법과 기구 하나는 빠르게 그리고 깨알같이 잘게 잘 만든다.

기회주의란 쉽게 말해서, 자기이익을 위하여 오늘 한 말과 행동을 내일 싹 바꾸는 경멸해야 할 인간의 행태이다. 막노동자가 아니고 국정을 담당하는 정치인이 그런다면 나라는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회주의자를 제재하는 법은 만들지 못한다. 법만능이 해법인 아닌 한 가지 사례다.

높은 자리라면 사족을 못 쓰고 어떤 하수인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 저질스러운 관숭배자 또한 법과 제도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배짱이 두둑해서 부끄러움 모르는 사람도 그렇다. 이런 사람들이 책임 있는 자리에 앉으면 나라는 시끄럽다.

많은 다른 정치사회문화 사항이 그러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별의별 입법과 행정 조치를 고안해냈었다. 그러나 그 투기 세력은 더 늘어났다. 자기만이 얼마고 갖겠다는 탐욕스러운 인간 또한 법과 제도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 된다.

살만한 집 한 채면 됐다는 검소한 평균적 국민, 돈은 정직하게 벌어야 한다는 국민이 대수다수라면 법과 제도는 잘 먹히게 되어 있다. 내가 사는 호주나 선진 서구국가들이 4-50년 전 만 해도 그런 사회였다. 지금은 국제경쟁과 제3세계 물결의 영향을 받아 이게 많이 바뀌고 있다. 참 애석하다.

새 정권 초기 이전 정권 아래 저질러진 대형 비리를 폭로 하는 공직자의 사례가 매일 보도 되었다. 왜 그때는 못했을까.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항명하는 건 어렵지만 불의를 따를 수 없어 조용히 사퇴하는 건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그런 사례를 가끔 본다.

한국에서는 법복을 벗어도 갈 데가 많은 판검사가 진급에서 빠지면 사퇴하는 일은 흔하지만 아니고는 그런 일을 거의 못 본다. 심지어 몸이 아파도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숨겨 다니는 고위직자도 적지 않다. 이것도 한 가지 우리의 정치사회문화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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