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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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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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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 재뉴질랜드 칼럼니스트

   
 

“조선 시대에 어느 임금이 제일 공처가인 신하를 선발해서 상을 주기로 했다. 선발 대회를 하는데 운동장에 장대를 동과 서에 세워 놓고 자기가 제일 공처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서쪽 장대에,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동쪽 장대로 모이라고 했다. 사실은 임금이 기막힌 공처가라고 판단한 신하가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서쪽으로 모였는데 임금이 맘속으로 지목했던 신하만이 동쪽 장대로 갔다. 임금이 물었다. ‘아니 나는 너를 표창하려고 대회를 열었는데 왜 공처가가 아닌 장대로 왔느냐?’ 그 신하 대답하기를 ‘아니올시다. 아침에 나올 때 제 처가 오늘 절대로 사람 많은데 가지 마십시오.’ 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제 처의 당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공처가 상은 당연히 그 신하의 몫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 신하의 처는 코로나 19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있었음인가?

   
 

우리는 기나긴 코로나 팬데믹의 터널을 빠져나와 일상으로 회복하려는 찰나에 와 있으나 아직도 코로나 대 유행이 예견되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아직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10월 29일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발생으로 156 명의 사망자가 순식간에 발생하고 이중에는 26명의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으며 사망자의 대부분이 10대-20대, 특히 여성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번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지켜보며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본다.

첫째, 집중화에서 분산화를 향한 사고의 전환이다. 인류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의 원리, 경제성 원리, 약육강식의 원리에 따라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어떤 면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인간 본연의 양심에 돌아가 판단해 본다면 집중화로 인한 비인간적인 횡포가 얼마나 가혹했는가를 엿볼 수 있다. 권력의 집중화, 부의 집중, 인구의 대도시 집중 등에서 오는 갈등 심화, 위험 증가, 불안 증폭 등의 부작용을 완화 해줄 필요가 있다. 대도시의 몇 장소는 불야성을 이루고 소비생활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어떤 지역들은 너무 소외되어 있다. 지역 특성을 살려 어느 곳에서나 즐길 수 있고 소비자들 자신이 개성 있는 문화생활을 지향해 나갈 일이다. 한국의 인구가 5천백만인데 절반 이상이 서울과 인근 경인 지역에 몰려 있는 현상은 상식적이지 않다. 한국보다 일곱 배가 넓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미국 텍사스 주의 인구가 2천 9백만이니 얼마나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사회가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발전해야 건전한 법이다.

둘째, 사치와 향락주의에서 실리와 개성적인 소비문화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 전환이다.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성(心性)은 아무리 퍼부어도 만족을 모르고 계속 더 높은 단계의 욕망을 추구하다가 결국 파멸로 인도된다. 심미(審美)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개성적인 활동은 사회를 부드럽게 인도하고 물질적인 욕망을 감소시켜주어 건전한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집단주의의 사고와 행동은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고 결국 피곤한 인간 집단을 형성한다. 향락을 추구하는 행동은 이성적인 판단을 무디게 하고 찰나적인 쾌락에 탐닉하다가 결국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파멸하고 만다. 이를 이용하여 영리를 추구하는 상업주의가 내린 마약의 밥이 되고 마는 것이다.

셋째,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고 개발하는 가운데 외래 풍조를 받아들이는 행동 양식이다. 도대체 핼로윈(Halloween) 데이가 언제부터 한국에 도입되었기에 젊은이들이 사람 사이에 짓눌려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신음하는 사태를 유발한 것일까? 필자는 1994년 뉴질랜드에 이민을 준비하면서 미국 교민을 통해 핼로윈을 소개받은바 있다. 뉴질랜드에 와보니 한국의 정월 대보름 때와 같이 십대청소년 중심으로 즐기는 특별한 날이었다. 학교를 끝내고 친구들 몇몇이 어울려 좀 해괴한 차림으로 집집마다 다니며 ‘Trick and treat’ 하면 그 집 주인은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며 달래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물러가 준다. 귀엽고 애교가 넘치는 행동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에 이 데이가 도입되어 본래 풍습에 겉포장을 하여 젊은이들을 상대로 상업성을 발휘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돈도 모으는 상행위로 변질해 퍼져 나간 모양이다. 코로나 사태이전까지 특별 지역에는 수십만 명이 모여 광란을 벌였다니 오히려 금년 이태원에는 사람이 적게 모인 편이다. 문제는 이태원 지역에서도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 집중적으로 순식간에 몰려든 게 참사로 발전 된 거라고 생각된다. 원래 이태원 지역은 미8군 주둔지로 미군 문화가 깃든 곳이며 미국 풍의 사교 클럽이 성행 하던 곳이었다. 이곳 업소들의 이름을 보니 해밀턴, 와이키키 등 영국, 미국식 친근한 이름들이 많았다.

문제는 젊은이들이 외국(특히 미국)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고 흉내 내려는 풍조인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류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적인 것도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신호이다. 사실 19세기를 지배했던 영국도 잉글랜드 왕국이 성립된 것은 통일 신라 시대 후기인 서기 800년 때의 일이고, 20세기 미국의 시대를 연 미국은 이제 250년도 안 되는 신생 국가이다. 전통문화라고 내세울만한 게 없다. 한민족은 반만년 동안 역사의 맥을 이어온 문화 민족이다. 우리 것을 지키고 더욱 개발하여 전파시킴으로서 세계화에 동참하고 우리도 세계 문물을 폭넓게 받아들여 인류문명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될 것이다.

“돈으로 쾌락(快樂, Pleasure)은 누릴 수는 있으나 마음속의 깊은 곳까지 스미는 기쁨(Delight)을 누릴 수는 없다”. 재난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었으며 사고도 아닌 멀쩡한 대명천지(大明天地)에서 수 백 명의 젊은 희생자를 낸 이번 참사를 통해 잃은 것만큼 얻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전을 위한 도구로 삼아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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