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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활 걸린 해상수송로, 동남아 국가와 협력 강화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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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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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 국제전문기자

미·중 대립 속 동남아 위상 급상승
관광·경제서 안보·외교로 축 이동
중동~한국 잇는 ‘바닷길’ 지나가
한국 수송로 보호 중간기지 필요

   
 

동남아시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과 태평양·인도양 사이에 위치한 해양학적·지정학적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국제적 위상이 괄목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동남아는 2022년 11월 글로벌 외교무대로 변신하면서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지난 10~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동남아 10개국으로 이뤄진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함께 한국·일본·중국이 동참한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렸다.

15~16일엔 인도네시아 발리의 누사두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G20에선 지난해 1월 취임하고, 11월 8일 중간선거를 치른 미국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난달 16~22일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처음으로 대면으로 만났다. 세계정치의 중심 무대가 동남아로 옮긴 듯했다. 시 주석과 서방 중심의 주요 7개국(G7) 회원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설전도 이곳에서 벌어졌다. 미·중 각축,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 간 경쟁의 가장 적나라한 장면이 발리에서 표출됐다.

G20 회의, APEC회의 잇따라 열려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10~13일 개최된 아세안(ASEAN) 정상회의의 일부로 13일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6~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주목받는 손님을 맞이했다. 17일 한국을 방문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APEC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일본 방문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의 회담은 취소했지만, APEC에는 기꺼이 참석한 뒤 2022 FIFA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로 떠났다.

그뿐만 아니라 프놈펜에선 22~24일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 Plus)가 열렸다.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미국·중국을 비롯한 아태지역 주요 8개국 국방장관이 참가하는 역내의 대표적인 다자안보협의체다. 아세안을 매개로 미국과 중국의 국방 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충돌 회피와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은 이와 별도로 이미 지난해 11월 10일 한·아세안 국방장관 회의를 출범해 군사안보 협력의 틀을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회담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하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개와 미·중 경쟁의 가열에 따라 지리적 중간지대인 동남아가 글로벌 외교 중심지로 새롭게 자리를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것은 과거 경제·관광 등의 영역에 국한됐던 아세안과 외부의 협력이 국방·안보 분야로 새롭게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군사기지화, 그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아세안 국가들이 안보위협을 느끼면서 외부와의 협력의 장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조용한 ‘중간국 외교’ 펼쳐왔던 동남아가 이젠 새로운 안보질서 정립을 위한 대외 협력의 시대를 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경제와 인적교류에 무게를 실었던 한국의 동남아 전략도 대대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군사·안보 분야를 포함한 여러 방면에서 동남아와의 관계를 강화해 상생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핵심은 한국 외교·국방의 지정학적 범위를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동남아를 포함한 해상수송로(SLOC) 전반으로 넓히는 것이다.

동남아는 에너지를 수입해오는 인도네시아가 위치한 지역인 것은 물론, 중동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SLOC가 지나는 혈맥이다. 아라비아 반도의 서남쪽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동북쪽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아라비아 해와 인도양, 벵골만을 지나 동남아를 관통하는 이 SLOC는 한국의 사활이 걸린 수로다. 해군과 해양경찰 등이 앞장서서 아세안과 군사·안보·해양 교류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과거 베트남전 당시 군항이던 깜라인 만을 외국에 개방한 베트남과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해군이나 해경이 기나긴 SLOC을 항해하는 한국 화물선을 효과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보호하려면 보급과 휴식을 위한 중간기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미 해군기지가 있던 수비크만의 개발사업을 펼치는 필리핀과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위상에 걸맞은 외교 전략 필요

국토가 좁아 공군 비행단 일부를 미국·프랑스·호주 등 해외에서 훈련하고, 육군 훈련을 이웃 브루나이나 대만에서 해온 싱가포르와도 군사교류를 확대할 여지가 있다. 동남아와 한국이 서로 윈윈하는 상생 협력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냉전 이후에도 각종 무기체계와 군수물자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을 확보한 드문 국가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와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방위산업·기술교육·개발원조(ODA)·경제 등의 협력도 계속 확대하는 독자적인 지역 외교·국방 전략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이는 한국이 주요 국제 문제에 침묵·방관하는 대신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국제 위상에 걸맞은 중견국 외교를 본격적으로 펼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아세안 출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도적·합리적 대우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강한 힘을 가진 인도주의 국가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세적이고 장기적인 아세안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11일 프놈펜의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제 한국은 아세안을 단순한 경제파트너가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과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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