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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간선거가 던진 메시지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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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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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 워싱턴 특파원

   
 

올해 미국 중간선거는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를 막아낸 과정과 공화당이 예상보다 고전하게 된 원인 등이 특히 그렇다. 선거분석가들의 관전평에는 ‘도널드 트럼프 역효과’가 빠지지 않는다. ‘트럼프=극우, 대선 사기’ 인식이 강해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꺼내든 민주주의 위기 담론이 힘을 받았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로 고달프지만 그보다 중요한 가치도 있다는 호소는 분노한 MZ세대나 젊은 여성들을 비판적 지지 세력으로 바꿔 놨다.

우리 편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고, 상대편이 적게 나오면 이기는 게 선거다. 그런 의미에서 공화당의 자책골 중 하나는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를 막는 조치였다고 본다. 아직 집계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미국선거프로젝트는 중간선거에서 1억1222만명가량이 투표에 나선 것으로 집계했다. 투표율이 46.9%로 4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중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는 4500만표에 달했다. 전체 투표의 40%가 사전투표로 진행된 것이다. 트럼프는 그런데도 “사전투표는 걱정스럽다. 나는 선거 당일에 투표하라고 권한다”며 선거 사기 주장을 확산시켰다. 지지자들이 편하게 투표할 수 있는 조치를 스스로 틀어막으면서 적지 않은 규모의 표를 놓쳤다. 트럼프는 대선 사기 주장을 반복하기 위해 사전투표를 독려할 수 없는 모순에 빠져 있었다.

집토끼 전략에 매몰돼 온건 중도층을 껴안지 못한 게 두 번째 실책이다. 이번 중간선거 때 트럼프 유세는 자신을 옹호하는 열렬 지지 세력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상대로 한 일종의 종교 집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연설의 주제와 형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바이든 행정부 실책을 랩 하듯 토해내고, 그를 조롱하는 영상을 지지자들과 함께 시청하며 놀리는 대목이 빠지지 않았다. 대선 사기 주장을 반복하고,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중간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를 불러 세우고 ‘내가 인정한 사람’이라는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그의 승인을 받은 후보자는 트럼프에 감사를 표하며 선거 승리를 약속한다.

이런 유세가 확장성을 보일 리 만무했다. 에디슨리서치가 진행한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무당파 유권자 49%가 민주당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투표는 47%였다. 스윙보터인 무당파 유권자들을 공화당이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는 말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실망한 유권자 표는 다 자신들 몫일 거라는 근거 없는 교만에 빠진 듯하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퇴출 목소리가 슬슬 분출되고 있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당권 장악 고삐를 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당내 온건파 세력에 선거 패배 책임을 돌리고, 차기 대선 출마 선언도 강행하려는 분위기다. 공화당 대선 주자 입지를 강화해 1·6 의회 난입 사건 선동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트럼프에게 충성을 맹세한 마가 의원들은 벌써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축출파와의 싸움이 결말이 나기까지는 상당 기간 내부 소동을 겪어야 할 모양새다.

선거에서 고전한 이유가 명확해 보여도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건 공화당이 트럼프 개인 중심의 정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당이 팬덤 정치에 매몰되고, 자정 기능을 상실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다시 한번 증명이 된 셈이다. 물불 안 가리고 수장을 지키는 게 정치라고 여기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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