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 년 전 가난과 기근을 견디다 못해 두만강을 러시아 연해주에 첫발을 디딘 한인들은 1937년 8월 21일 스탈린의 한인 강제 이주 지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다.

고국에서 6000km나 떨어진 머나먼 그곳에 이주한 17만 명의 한인들은 고단한 삶을 이어가며 스스로를 한국인도 조선인도 아닌 고려인이라 부르며 살아왔다. 연고 없는 낯선 황무지 땅에서 민족혼을 지키며 개척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지난 2006년 9월, 우즈벡 발전에 기여한 고려인들을 위해 고려인요양원 건립사업을 ‘고려인정주70주년 기념사업’으로 확정하고, 이듬해 2007년 2월, 현지 고려인연합체인 고려문화협회에 아리랑요양원의 모체인 유치원 건물과 부지를 무상 증여하였다.

한국정부는 고려인 강제이주 70년(2007년)을 맞이하여 본격적인 기념사업에 착수했다. 2006년 9월 당시 한명숙 총리는 우즈벡을 순방하는 자리에서 양로원 건립 지원을 언급하였고, 2007년 양로원 건립사업 예산 5억 원이 배정됐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협의를 거쳐 요양원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재외동포재단은(이사장 권영권)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유치원 건물 개보수 및 주변공사 등을 위한 소요비용 USD614,500(한화 884백만 원) 전액을 지원하여 지금의 요양원을 건립했다. 강제이주의 비극적 역사의 당사자인 고려인 동포들을 위한 최초의 쉼터, ‘아리랑요양원’이 2010년 3월 26일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주 유코리치르칙구 야싸비 마을에 드디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 요양원은 토지 약 11900㎡(3,600평), 건평 3365㎡(1,018평) 규모이며, 요양시설과 병원, 이주박물관, 사무실, 체육시설 등이 갖춰져 있고, 기간별로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고려인 1세대 및 독거노인들을 위한 건강 체크, 물리치료, 치매예방 등의 체력유지 프로그램 등과 서예, 사물놀이, 김치 담그기, 명절문화체험 등의 민족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는데, 고려문화협회와 한인회도 자원봉사를 통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요양원은 앞으로 한국정부 및 민간단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내 노인복지전문가 파견 등 한국의 선진화된 노인요양서비스 제공을 통해 우즈벡 노인복지서비스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한국과 우즈벡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개원식에는 재외동포재단 금병목 기획이사를 비롯해 우즈벡 정부, 우즈벡한인회, 고려문화협회, 보건복지부, 주우스베키스탄대사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관계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지 73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유라시아 곳곳에 54만 여명의 고려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고국으로부터 잊어졌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수많은 이질 문화 속에서 온갖 시련과 고난을 극복해 온 고련인 사회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또다시 변화를 맞이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러시아와 서구사회로 진출해 나가고 있다.

소외당하고 잊어져 가는 한인 1세대에 대한 한국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로 표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정치권과, 이를 이용한 한인사회 지도자들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참고자료 : 재외동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