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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내일, 리수레이를 보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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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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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 베이징 특파원

앞으로 중국이 어디로 갈지 알기 위해 누구를 주목해야 하나? 첫째는 당연히 시진핑 주석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나 속마음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눈여겨볼 인물이 있다. 시진핑의 붓자루[筆桿子]로 불리는 리수레이(李書磊·58)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이다.

   
▲ 리수레이(李書磊·58)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장

리수레이는 1964년 황허 강변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문화대혁명 광풍에 닫혔던 대학 문이 10년 만에 다시 열린 1978년 베이징대에 합격했다. 월반(越班) 덕에 열네 살에 불과했다. 개혁개방은 그에게 기회를 줬지만 극심한 혼란도 안겼다. 중국 문학으로 석·박사를 받고 중공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에 취직했을 때 사회주의는 코너에 몰려 있었다. 소련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는 미국식 민주를 요구하는 학생·노동자 시위가 벌어졌다. 그는 베이징 근교에 방을 얻어 2년간 수도승처럼 중국 고전만 읽었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어릴 때부터 공자를 비난했고 80년대까지도 5·4 신문화 운동의 반(反)전통 입장을 떠벌렸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 우리가 의탁할 것은 결국 전통이었다.”

   
 

중국의 과거를 철저히 부정하고 근대성으로 나아가려던 문호 루쉰(魯迅)과 달리 리수레이는 “전통이 없을 때 인생은 위기를 맞는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중국 지식인들이 미국을 칭찬하고 중국을 비판하면 선봉에서 그들을 저격했다. 그는 199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수했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들은 ‘미국 제도와 문화가 최고인데 왜 다른 나라들이 똑같이 모방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거만한 우월감 때문에 얼굴만 봐도 밉살스럽다. 그들은 세계여행을 다닐 수는 있지만 세상 물정에 깜깜하고, 정보 수집 경로는 많지만 아는 바가 없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는 시진핑 지도부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시진핑 3기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리수레이 같은 전통주의자의 굴기(崛起)로 볼 때 중국 지도부가 갈수록 보수성과 내부 지향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것도 ‘중국식 현대화’였다. 중국을 2035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킬 때까지 중국식 정치·경제·법치 모델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다.

최근 중국에선 미국을 버리고 중국 선전에 자리 잡은 여성 과학자가 연예인급 인기를 끌고 있다. ‘모의 유엔’을 개최하던 중국 대학들은 앞으로 ‘모의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중국 국정 자문기구)을 열기로 했다. 자기 문화와 전통을 사랑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중국이 자기 것에 집착해 유연성과 개방성을 잃어버렸을 때 어떤 대혼란이 벌어졌는지를 우리는 마오쩌둥 때 분명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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