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3.2.8 수 17:06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칼럼
일본외무성 문서와 개인청구권
최영호 교수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0.03.2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최영호 / 영산대학교 교수 ] 


   
3월 14일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이 인터넷과 TV를 통해 1965년 한일협정을 전후하여 일본 정부가 협정 체결과 개인청구권 소멸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문서가 공개되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번에 알려진 일본 외무성 내부문서는 일본 시민단체 등의 정보공개 요청에 따라 2008년에 공개된 것 가운데 일부다. 이 문서를 연합뉴스가 입수하여 개인청구권에 관한 인정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자, 각종 언론매체들도 다투어 이를 기사화 한 것이다. 일본정부가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내용을 담은 문서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1965년 4월 6일에 작성된 ‘평화조약에서 국민의 재산 및 청구권 포기의 법률적 의미’라는 문서다. 대외비 표시가 된 이 문서에는 “국제법상 국가는 타국에 의해 자국민의 사적 권리가 침해당한 경우 상대국에 청구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때 국가의 청구권은 국민 개인에게 가해진 침해로부터 생기는 것이지만, 국가의 청구권은 법률적으로는 독립된 권리”라고 쓰여 있다. 이 문서는 ‘국가가 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이 상대국에 국제법상 청구권을 갖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는 독립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하여 국가의 청구권과 개인의 청구권을 독립적인 별개의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1965년 5월 28일에 작성된 '일한 청구권 협정 제2조와 나포어선 문제'라는 문서다. 협정 체결 전 한국에 나포됐던 일본 어선 선주들의 청구권 문제를 다룬 이 문서는 “한일협정 2조에 따라 일본국은 나포 어선과 관련된 국제법상 배상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며 “나포 어선 선주의 반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될지는 한국 쪽 법률에 따르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때 법률이란 이 사안에 대해 특별히 정한 법률이 아니라, 손해배상 일반에 대한 책임과 절차를 정한 법률로 해석된다.

셋째, 1965년 9월 1일에 작성된 ‘일한청구권조약과 한국에 있는 사유재산 등에 관한 국내 보상 문제’라는 문서다. 이 문서는 한일협정의 의미가 국민의 재산권을 서로 없애서 청구권을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협정에 의하면 만약 나포 어선 선주 등이 한국에 청구를 제기했을 때 일본정부가 외교보호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것으로, 이들 손해를 입은 국민에 대해 어떤 구제조치를 할지는 정책상의 배려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에 알려진 일본 정부문서는 개인청구권의 인정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에 나포된 일본 어선 선주에 일본정부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결국 일본정부가 개인청구권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1965년 6월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에도 개인청구권 인정 문제는 때때로 한국과 일본에서 전후보상과 관련하여 논란 대상이 되어 왔다. 1991년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은 한일협정 제2조에 대해 “국제법상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주는 외교적 보호권의 소멸만을 뜻한 것으로 개인청구권은 인정된다”고 발언한 일이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서 일본 법원의 기각·패소 판결이 잇따르자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해 오고 있다. 일본 법원도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소송 가운데 일본 정부나 기업에 대해 단 한 건의 보상 명령도 내리지 않고 있다. “재판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시한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이후, 개인청구권은 일체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기껏해야 일본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자발적인 보상을 받으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은 국가의 의무 사항이 아니며 정책적 배려를 요하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알려진 외무성 문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일본 후지코시(不二越) 회사를 상대로 하는 근로정신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되기도 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노역을 당한 한국인 피해 당사자와 유족 23명이 제기하여 7년간 이어온 소송이다. 지난 주 8일에 나고야 고등재판소 가나자와 지부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과거 1심 판결에 비해 강제노동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인정하면서도, 1965년 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 국민의 개인청구권은 이미 소멸되었기 때문에 피고측 회사에게 보상 의무가 없다고 하며 원고 기각 판결을 언도했다. 기본적으로 지난 2007년 9월의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에 따라 개인청구권 문제는 이미 완료됐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공탁금은 한일협정 체결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3억 달러에 포함돼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본 정부에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청구권협정 제2조는 개인청구권 주장을 차단하는 단단한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일본정부나 기업이 한국인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할 것인가. 이번에 보도된 1960년대 일본정부 문서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 보상 문제에 대해서 일본정부나 기업이 법적인 책임을 인정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 편집자 주) 3월 22일 일본 정부가 밝힌 “1990년대 이후 영주 귀국한 사할린 한인 관련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할린 한인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상관없이 존속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제기되고 있는 ‘우편저금 및 간이보험 소송’과 관련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