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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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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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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 기자

   
 

최근 영국 국립극장에서 배우를 선발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비원어민 억양으로 말하는 배우다. 즉, 영국 토박이가 아닌 배우를 뽑겠다는 이야기다. 영국식 영어로 말하는 배우로만 무대를 채우면 현대 영국 사회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다양한 민족으로 뒤섞인 역사를 갖고 있다. 원래 브리튼섬에 거주하던 원주민 외에도 로마인·앵글로색슨인·노르만인 등이 번갈아 들어와 지배하면서 ‘단일 민족’이라는 단어는 꺼낼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제국주의 시대에 영국의 민족 다양성은 더 강화됐다. 세계 곳곳의 식민지에서 다양한 민족이 들어와 정착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민자가 들어오는 중이다. 내가 런던에서 자주 찾는 카페의 바리스타는 이탈리아에서, 이발사는 모로코에서 왔다. 대형 상점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 직원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레스터의 한 박물관에서는 한 직원이 스페인 억양이 강한 영어로 리처드 3세에 대해 설명하고, 영국인이 질문하는 모습도 봤다. 다민족 사회가 무엇인지를 실감했다.

한국은 어떨까. 서울 밖 지방 도시엔 아시아 각국에서 온 노동자가 적지 않게 살고 있다. 거리에는 아시아 각국 언어로 쓰인 간판이 즐비하다. 또 다문화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입대하고 있다. 인구 감소를 대비해 이민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한반도 출신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다문화 국가로의 전환을 준비할 때다. 그런 측면에서 영국 국립극장의 시도는 우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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