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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 장례식과 ‘기시다 리스크’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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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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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있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는 해빙기를 맞고 있다. 27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조문 사절단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에 참석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이제 일본도 한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뉴욕 정상회담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한·일 정상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굴욕 외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의 개선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의를 가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어려운 정치 상황에서도 정상회담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국내외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일 정상의 관계 개선 의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정해진 임기도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5년 임기가 보장된 반면 일본 총리는 임기가 불투명하다. 그리고 국내외 환경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도 변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보다 기시다 총리의 동향이 한·일 관계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기시다는 불과 2개월 만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있다. 아베 전 총리 국장과 구 통일교 문제가 겹쳐 지지율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시다는 ‘아베 전 총리는 헌정사상 최장 재임 기간과 외교상의 실적 등’으로 국장을 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설명한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가 찬성을 훨씬 웃돈다.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기시다는 유력한 해외 정치인과의 조문외교를 반등 카드로 내세운다. 하지만 국장에 참석하는 정상급 인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앤서니 앨버리지 호주 총리가 전부다. 또, 아베 총리 시절의 해외 정상들도 오지 않아 흥행이 성공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9일 치러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국장과 비교되면서 기시다의 실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몇 개월 전 여론조사를 보면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는 이유는 총리의 ‘인품을 신뢰할 수 있다’가 최대였다. ‘인품’이란 총리에 대한 신뢰였다. 이는 기시다가 아베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처럼 ‘밀어붙이는 성격’이 아니라, ‘조정형(듣는 귀를 가진 성격)’으로 일본 국민에게 안정감을 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시다의 장점은 사라지고 ‘우유부단함’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기시다의 지지율 하락이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베와 달리 단단한 지지층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민당 내 지지도 굳건하지 않아 지지율 하락을 멈출 카드가 없다. 이후 정국의 동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부터 한·일 양국은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지루한 샅바 싸움을 해야 하는 시기다. 이 시점에 기시다의 위약함은 한·일 관계 개선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앞으로 일본의 동향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윤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주장하는 만큼 일본과 국제 협력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일 양국이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성과를 거둠으로써 어려운 현안도 해결할 수 있도록 신뢰의 인프라를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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