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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게 조명받는 한국 전통문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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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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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 산업2부장

한복부터 전통주, 글로벌 무대서 각광
소프트파워 경쟁력 강화 계기 삼아야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고호재(古好齋)’. 옛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집이라는 뜻의 궁중다과점은 MZ세대 위주로 각광받고 있다. 이달 16일 온라인 예약창이 열리기가 무섭게 11월분까지 예약이 꽉 차버렸다. 경복궁 생과방(生果房)은 나인과 차비 역할을 맡은 직원이 조선 임금이 즐기던 궁중병과와 약차를 갖다주는데, 이곳도 5분 내 예약 마감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 전통문화가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현대적 감각에 맞게 변주되며 새롭게 체험하고 즐기면 좋을, 멋진 것(Korean coolness)의 대명사가 됐다. 후대까지 지켜야 할 것이라는 의무감에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게 여겨졌던 과거와 달라졌다.

럭셔리 하우스 움직임이 우선 눈에 띈다. 루이비통 앰배서더인 오징어게임 배우 정호연이 올해 3월 미국 한 시상식에서 한국 자개를 상징하는 드레스에 댕기머리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에미상 시상식에선 ‘첩지’를 쪽 찐 머리 가르마에 얹고 나왔다. 첩지는 조선시대 왕비 등이 썼던 장신구로 한국 고유의 미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연아는 한복 모티브의 디올 의상을 입고 패션쇼에 나섰다.

고궁 근처에서 한복 인증샷 찍는 문화를 만든 주축인 MZ세대는 한복 자체에 열광한다. 중국이 한복을 한푸(漢服)로 칭하며 동북공정을 시도할 때 소극적 태도를 취했던 정부와 달리 MZ세대는 소셜미디어에 ‘#한복챌린지’라는 태그를 걸고 자발적으로 한복을 알렸다. 한복 명맥을 잇겠다고 황토색의 생활한복을 입던 시절과 달라졌다.

전통문화 콘셉트의 상품도 인기다. 야간 연회를 밝히는 ‘조선왕실 사각유리등’은 온라인에서 품절대란이 일었고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도 바라만 봐도 차분해진다며 입고 즉시 품절된다. 서울 성수동이나 가로수길 일대엔 볶음된장을 넣은 샌드쿠키, 고추장을 넣은 도넛, 간장을 넣은 초콜릿 등 전통 맛을 차용한 디저트집이 생겨나고, 전통주 보틀숍이나 브루어리(양조장)도 곳곳에 들어서는 등 전통주도 제2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새롭게 쓰이는 한국 문화 바람을 타고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에서 한국 문화 전시회가 이달 말부터 내년 1월까지 대대적으로 열리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V&A는 초창기 크리스천디올부터 데이비드 보위, 알렉산더 매퀸 등 당대 문화 아이콘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이는 영국 옥스퍼드사전이 ‘한국 스타일은 쿨함의 전형’이라 평하며 한류(hallyu), 한복(hanbok)을 등재한 것처럼 한국 문화사에 상징적 사건이 될 듯하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기업인들은 국가 브랜드 경쟁력이 낮아 사업하기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요새는 달라졌다. 삼성 현대차 등이 글로벌 기업이 되며 한국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한국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친근해졌다는 평가다. 문화 확산의 주역인 젊은 세대도 달라졌다. 서양 문물이 선진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각국 고유의 문화를 수평적으로 본다. 오징어게임이나 방탄소년단 등이 이름을 떨칠 때 ‘국뽕 차오른다’고 표현하는 이들에게 ‘국뽕’은 우월주의보다는 자부심 혹은 자긍심에 가깝다.

대내외적인 복합위기로 경제는 어렵지만 소프트파워 경쟁력은 한순간에 쌓이는 게 아니다. 새삼 조명되는 한국의 멋짐이 한국을 리브랜딩(re-branding)하고 기업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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