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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성대한 IRA 기념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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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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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각 지역구에서 초청된 유권자와 시민단체·노조 관계자 등이 대거 모여 워싱턴의 초가을 날씨를 즐겼다. 오랜 민주당 지지자인 초대 가수 제임스 테일러의 공연도 있었다. 애국 가요로 유명한 ‘아름다운 나라,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부를 때는 일부 참가자들이 기립해 떼창했다. 몇 년 전 비슷한 자리에서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를 틀며 나타났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의 장면들이 겹쳐졌다.

최근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한 조항 탓에 한국의 우려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잇따라 워싱턴을 다녀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미 정부·백악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김필규 특파원]

그러나 이날 대통령·부통령·하원의장 등 미국 권력서열 1, 2, 3위가 내놓은 메시지는 이런 관측과 분위기가 영 달랐다. 과연 법 개정이 조만간 가능할지 회의적으로 느껴지는 대목도 많았다. “역사를 한 단계 진전시킨 법”(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이름부터 너무 아름다운, 삶을 바꿔놓을 법”(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IRA는 이미 중간선거에서 정부·여당의 대표상품이 돼 있었다. 다른 솔깃한 내용이 뒤섞인 점도, 선뜻 IRA의 개정을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날 연설에서도 사실 전기차 관련 내용은 많지 않았다. 전기차·인프라 모두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몇 마디가 전부였다.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투자, 약값·의료비 인하를 통한 물가 안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그때마다 청중은 박수를 보냈다.

IRA가 공화당과 대결 구도의 중심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법안 처리에서 공화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점을 강조하며 “공화당 지도부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면 이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실상 강력한 IRA 수호 의지를 밝힌 셈이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지만,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 개정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환호하는 청중을 향해 “IRA는 바로 여러분의 승리”라고 말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과연 우리 정부 말대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을까. 선거를 앞둔 백악관의 셈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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