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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엔 높기만 한 은행 문턱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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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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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외국인 주민들이 자주 차별을 경험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외국인 주민의 유형과 생활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여성가족부에서 2만5000여가구를 조사한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바로 ‘직장(일터)’이다. 직장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66.9%에 달했다. 그다음은 상점, 은행과 같은 경제영역이었다. 응답자의 44%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거리와 동네와 같은 일상 공간, 주민센터와 같은 공공기관보다 차별을 경험한 빈도가 높았다.

이주민의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은행에서 차별을 경험한 사례가 많다. 한 유학생 친구는 농담처럼 자기는 비자 문제로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은행에 가야 할 때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정장을 꺼내 입는다고 할 정도다. 물론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금융기관의 적극적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서비스 제한을 받거나, 규제의 기준이 들쭉날쭉하여 자의적으로 적용된다면 부당한 차별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영문 이름이 길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개인사업자 통장 개설을 거절한 은행의 조치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상호를 포함한 전체 등록 영문 글자 수가 20자를 넘는다는 이유로 사업자 통장 개설을 거절당했다. 해당 은행은 한국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므로 국적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고 했지만, 인권위는 해당 기준이 상대적으로 영문 이름이 길 수밖에 없는 외국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간접차별’이라 판단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의 사전 경쟁력 강화라는 시각에서 보아도 신속하게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

이른바 ‘한도 제한 계좌’ 자의적인 운영도 피해가 크다. 얼마 전 센터에 찾아온 키르기스스탄 국적 혼인이주여성 B씨는 은행에서 가계생활비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했다. 개설 당시 직원으로부터 외국인이므로 1일 한도가 30만원으로 정해진 한도 제한 계좌로 개설되며, 이후 정상적인 입출금 거래가 몇 개월 정도 진행되면 일반 계좌로 전환될 것이라고 안내받았다. B씨는 개설 직후 계좌에 청약통장, 휴대폰 요금에 대한 자동이체를 설정했고, 전업주부로 살림을 하면서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1년 넘게 사용했다.

B씨는 이사를 하면서 입금받은 보증금을 출금하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한도 제한 계좌가 아직 변경되지 않아 하루에 30만원만 출금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동안 개설목적대로 계좌를 사용해왔다고 했지만, 직원은 내부 지침에 따라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B씨는 매일 은행ATM에서 30만원씩 인출해야 했다. 억울한 마음에 상담을 신청했고, 센터에서 해당 은행에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 한도 제한 계좌 개선 권고 등을 근거로 내용증명을 발송하자 슬그머니 은행은 계좌를 변경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B씨에게 어떠한 설명과 사과도 없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만명이 넘는다. 외국이주민의 불편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글로벌시장 진출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다.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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