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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배상 ‘국제법 해법’도 고려할 때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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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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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현금화)가 막바지 단계다. 이달 중순, 미쓰비시중공업이 낸 재항고를 대법원이 기각한다면 현금화 조치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피해자 단체의 변호사도 ‘현금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마당에 우려하는 최악의 현실이 코앞에 다가왔다. ‘현금화 조치를 동결해야 한다’는 윤덕민 주일대사의 용기 있는 발언은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위해 마련된 민관협의회가 성과를 내는 데 정부가 희망을 접어선 안 된다. 하지만 결실을 보기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현금화 조치에 대한 해법은 법적 해결, 피해자의 요구, 일본의 태도 변화를 고려한 삼차원 방정식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민관협의회의 3차례 논의는 법적인 대응에 대한 협의가 많았다. 법적 해결이 우선돼야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가 감정 문제로 바뀐 현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적 요건을 갖췄더라도 피해자들이 만족하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피해자가 만족하는 안(정치적 해결)을 만들더라도 일본이 수용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가령, 대위변제안이라는 법적인 해결을 피해자 단체가 찬성하더라도 피해자가 내건 조건을 일본 정부가 수용하긴 힘들 것이다. 피해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결국 정치적 쟁점이 격해져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그렇다고 일본 입장에 치우치면 피해자들의 불만으로 한·일 관계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 찾기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첫째, 피해자가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론적 전제는 당연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강제징용 문제는 피해자들 간의 의견조차 수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칭 ‘광주그룹’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데 반해 다른 그룹은 법적 해결(대위변제)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피해자 그룹의 온도 차는 어느 수준에 맞춰 해법을 내야 하는 목표치를 상실하게 만든다.

둘째, ‘한국이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일본도 납득할 것’이란 원칙적인 낙관론도 해법을 어렵게 한다. ‘도덕적 정의는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은 장기적인 과제로는 옳지만, 단기적인 해법과는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의 냉랭한 태도도 한국의 설득으로 바뀔 것이란 인식은 ‘인권운동’의 동력은 되지만, ‘외교’의 교섭을 어렵게 만든다.

셋째, 외교적 해법에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의 대립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한·일 양국의 근본적 인식 차이(불법이냐 합법이냐)에서 비롯된 만큼 일본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악의 경우 현금화 조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상정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라 중재 신청도 염두에 둬야 한다. 독도 문제, 외교적 갈등 등을 고려해 국제법적 해결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성숙한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제법적 해결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가능한 한 귀를 열면서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할 때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 수 있다.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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