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언론인, 본지 편집위원 ]


청와대 이동관 홍보 수석이 말 때문에 홍역을 치루고 있다.  이 수석은 청와대 대변인을 하다 홍보 수석으로 영전을 한 인물이다.

대변인에서 홍보 수석으로 영전을 한 이유는 대통령의 신임도 중요하지만 말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말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있으니 어찌 해석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우선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수석의 발언부터 한번 살펴보자. 이 수석이 영남 지역에서 기자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한 발언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두 부분이다.
첫째는 ‘TK X들, 정말 문제가 많다.’는 발언이다. 물론 해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X’라는 표현이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과연 지역감정을 극도로 자극할 정도의 문제가 되는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또 이 수석측은 자신은 그 같은 발언을 절대로 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더구나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신문사의 기자는 당일 그 자리에 없었다는 이 수석 측의 주장도 언론에 충분히 반영 보도되었다.

사실 이정도면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야 된다는 생각이다. 청와대 입성 전에는 평생을 언론에 몸을 담았던 언론인이 이정도의 상식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 수석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5억 원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역지사지로 이 수석이 해당 언론사 그리고 언론인의 입장이라면 무어라고 할지가 궁금스럽다.

이 수석은 과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5억 원 상당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일까? 하지만 이 수석이 소송부터 제기하는 모양새를 지켜보며 왠지 냄새가 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인들은 언론에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가 게재되면 항시 꺼내드는 카드가 고소라는 방법이다. 언론사의 그리고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정치인들이 가장 즐기는 수단이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공인의 경우 언론이 어느 정도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해도 별로 문제를 삼지 않는다. 공인의 신분으로 고소를 한다고 해도 결코 승소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구한 날 그것도 정부의 홍보 수석이 언론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며 선진국을 입에 담고 있으니 한심스럽다는 말이다. 특히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를 유지해야할 홍보수석이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니...

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첨단 의료 복합 단지의 경우 이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다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는 발언이 아닌가 싶다. 또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의 의원들까지도 이 수석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 부분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 수석이 기자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꺼낸 이유는 뻔하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대구 지역에 엄청난 배려와 사랑을 쏟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 사람들은 대통령의 그 같은 진정성을 몰라주고 있으니 섭섭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첨단 의료 복합 단지 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첨단 의료 복합 단지는 그동안 8개 지자체가 경합을 펼치던 사업이 아닌가? 지역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 첨단 의료 복합 단지 문제였다. 그런데도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이 대구로 낙착된 이유는 대통령의 배려 때문이라고 실토(?)를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자신의 발언이 엄청난 정치적 파장과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하지 못했다면 이동관씨는 홍보 수석으로서의 자격 미달이 아닐까 싶다. 이런 사람이 MB정권의 홍보 총책임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허구한 날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말이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의중보다도 상대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당사자는 농담을 하고 있는데 상대는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 말은 진담이 되기 마련이다. 반면 진담을 이야기해도 상대가 농담으로 받아들이면 농담이 된다는 이치를 이수석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여하튼 현재 MB의 이 같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대구 지역의 민심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려있다는 사실이 그토록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명색이 한식구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