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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지도자의 나라 살릴 책임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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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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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복합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빠진 한국경제
기술·제도개혁 기반 생산성 향상이 해법
국민 희생·노력 끌어낼 지도자 용기 필요

   
 

수많은 미국인이 희생된 남북전쟁 와중에 격전지였던 게티즈버그에서 국립묘지를 봉헌하며 링컨 대통령은 '우리 앞에 놓인 위대한 과업을 위해 바쳐져야 할 사람은 우리 자신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제2차 세계대전 가운데 영국 총리로 취임한 처칠은 '내가 국민께 드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피, 땀, 그리고 눈물뿐'이라며 전쟁에서 승리 이외에 길은 없다고 호소한다. 자유를 위협하는 공산주의와의 경쟁 가운데 제3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케네디는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해 달라'고 연설한다.

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지도자들의 역사적 연설에는 국가가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희생과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공통점이 있다. 링컨이 직면한 참혹한 내전(內戰)이든 처칠이 겪은 세계대전이든 케네디가 당면한 체제 경쟁의 냉전(冷戰)이든 모든 전쟁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 불확실성 가운데 국가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은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복합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도 한국경제가 생존하고 번영하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역사적 연설에서 보였던 지도자의 원칙과 용기 있는 책임감이 절실하다.

현재 상황이 복합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고 단순한 경기 부진 또는 물가상승 정도라면 대응은 비교적 용이하다. 경기만 나쁘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증가시켜 대응할 수 있고, 물가만 오른다면 금리 인상과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와 물가에 대한 진단만 정확하면 정책이 명확하다.

그러나 복합 스태그플레이션의 해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어떤 종류이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지금이나 1970년대 모두 중요한 생산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닌데, 구조적인 노동비용의 상승, 해외로부터의 자본조달비용 증가, 기업부담금의 항구적 증가 등 주요 비용이 급증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된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비용증가를 넘어서는 근본적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기술혁신과 제도개혁 과정은 국민의 노력과 고통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민의 희생과 노력을 요청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는 용기 있는 지도자의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다. 더구나 스태그플레이션 가운데 물가상승은 생활고와 실질소득 감소를 의미하기에 임금인상 요구가 터져 나오기 쉬운데, 물가상승은 임금인상으로 그리고 임금인상에 따른 비용증가는 다시 물가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물가-임금 상승 소용돌이(price-wage spiral)'에 휘말리면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에 경제는 완전히 빠지게 된다. 그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원칙 없이 대중에 영합했던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경제의 안정적 운영이 붕괴하고 만성적 위기구조에 휘말린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부진 가운데 소득이 줄면 각계 사회계층의 요구가 분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별 요청이 전체의 원칙에서 수용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원칙 없이 대응한다면 그 요구는 감당할 수도 없고 한국경제의 앞길도 암담하다. 국민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할 수 있음을 고백하는 용기 있는 지도자의 책임감이 요구되는 복합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의 시대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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