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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대한민국… 日보다 지독한 ‘저성장 늪’ 빠질 수도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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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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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 자문역

   
 

지난주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대폭 올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안중에도 없다던 0.75% 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또 함께 발표한 금리 전망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대로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이러한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움직임에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경기침체 불안에 휩싸였다. 먼저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당분간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큰 흐름은 미국으로의 자금회귀가 될 터인데, 이 과정에서 경제기초가 부실한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자국의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금리에 대해 요지부동인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일본이다. 일본중앙은행은 7년째 0.1%로 유지하고 있는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가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라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심각한 고령화로 막대한 사회보장 지출이 불가피하고, 이에 비례하여 매년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야만 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작금의 미국발 금리충격은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도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상황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첨단산업에서의 투자 실기라든지 금융정책 판단미스 등이 원인이지만, 경제 부진이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은 1994년에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래 지금은 3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초고령국가다. 인구도 줄어든 지 10년이 넘었다.

고령자는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기 힘들기에 본인이 저축해 놓았던 것을 쓰든지 아니면 정부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때문에 일본 정부의 사회보장 지출은 늘어 갔고, 올해엔 예산의 3분의 1을 써야 할 처지다. 이런 막대한 돈이 세금으로만 충당되지 않기에 적자국채로 메웠는데, 그 잔액이 무려 1000조엔(약 1경원)을 넘었다고 한다. 만일 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10조엔이 넘는다. 최근 세계적인 금리인상 러시 속에서도 일본이 초저금리를 고수하는 속사정이다. 이렇게 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서는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안전통화로서 위상을 강화하였던 일본 엔화가 지난주에 20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35엔을 넘었다. 약세를 넘어 자본이탈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일본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덜 하지 않다. 2017년에 고령사회로 들어선 우리는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21년이나 걸렸는데 우리는 불과 9년이 소요될 뿐이다. 유례없는 엄청난 속도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 수)이 1.30명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0.81명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나라의 인구피라미드는 역삼각형으로 변했고, 총인구는 예상보다 8년이나 빠르게 재작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구절벽이 가시화된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고도성장기에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취업난이나 노후대책 같은 문제들이 심각한 위협으로 대두되고, 사람들은 연금이나 보험료 등 소득에서 떼이는 갹출성 경비에 민감해진다. 한두 푼이 아쉬운 것이다. 경제주력인 30~40대가 줄어드니 생산이나 소비가 저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감당해야 할 부양 부담은 가중된다. 자연히 경제는 활력을 잃고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원치 않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만 사실 우리는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절박함이 없으니 인구정책이 지원 일색으로 꾸며져 있고, 이름만 빌려 다른 목적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피상적인 정책을 펴는 기저에는 일당백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고급인력을 양성해냄으로써 인구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으며, 나아가 더욱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를 건설할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예에서 보듯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0년간 일본은 1인당 생산성이 유럽을 웃돌았지만, 국가 전체의 성장은 유럽에 뒤처졌다. 이는 고급인력이 인구감소를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시대에 맞는 고급인력 양성은 강력하게 추진하되, 경제가 쪼그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구정책을 ‘절박하게’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재원 문제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권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다음 세대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안이하다. 표를 얻기 위해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총대를 메는 정치인이 없다. 결국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연금 개혁은 변죽만 울릴 것이고, 세금은 깎아주고, 지원은 늘어만 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부담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우다가, 어느 순간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하려 들 것이다. 일본중앙은행이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45%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답답한 일본의 상황이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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