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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두 얼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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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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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 논설위원

뉴욕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위플래쉬’는 드럼 연주자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신입생 앤드루는 드럼을 배우다가 교수에게 막말을 듣고 손찌검까지 당한다. 하지만 원망은커녕 최고가 되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다. 연습 시간이 부족하자 여자 친구와 절교하고, 드럼을 두드리다가 손가락이 찢어져 피까지 흘린다. 그런 앤드루도 울고 갈 연습 지옥이 있다. 한국의 K팝 연습실이다.

▶K팝 연습생은 사생활부터 식사량, 소셜미디어까지 모든 것을 통제당한다. 하루 12시간씩 10년을 연습하고도 95% 이상이 데뷔 무대에 서지 못한다. 데뷔조(組)에 들어가면 그때부터가 진짜 고생이다. 무대에 서기까지 평균 2년을 합숙하며 집에도 못 간다. 노래하는 기계일 뿐, 최소한의 교양조차 없는 경우도 흔하다. 많은 해외 언론이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비판하는 이유다.

▶방탄소년단(BTS)이 엊그제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리더 RM은 “K팝이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BTS의 활동 중단 선언은 음영이 뚜렷한 K팝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BTS조차 탈진할 만큼 K팝 생태계는 혹독하다. 멤버 대부분이 20대 후반이어서 더 이상 병역을 미룰 수도 없다.

▶하지만 개인으로 부족한 스타성을 집단이 함께 흘리는 땀으로 극복하는 K팝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현실에서 최적의 모델이기도 하다. 보이그룹은 물론이고 블랙핑크 같은 걸그룹조차 격하게 몸을 흔들며 노래할 때 음정 떨림이 없다. 춤과 동선을 하나의 군무로 완성할 때까지 한 곡당 몇 달씩 땀 흘리는 모습은 외국인에게 경이 그 자체다. 핑크 레이디 같은 일본 아이돌 프로듀싱 시스템 모방으로 시작한 K팝이 그렇게 일본을 뛰어넘었고 세계를 호령한다. 한국 노래 가사를 영어로 쓴 ‘돌민정음(아이돌과 훈민정음의 합성어)’이 유튜브에 등장할 줄 누가 상상이나 해봤나. 이젠 국적도 초월한다. K팝 걸그룹 NiziU는 모두 일본인이고 일본에서 활동하지만 무대에 선 모습은 영락없는 K팝 아이돌이다.

▶'하드 투 세이 아임 쏘리’를 부른 미국의 남성 10인조 그룹 시카고는 1967년 결성됐고 로버트 램 등 주축 멤버가 70대이지만 지금도 무대에 선다. 올해 8년 만에 새 앨범도 냈다. 체력 소모가 많은 K팝 아이돌이 그처럼 장수하긴 힘들 것이다. 대신 메시지가 분명한 가사, 노래 밖에서 발휘하는 선한 영향력은 춤보다 오래갈 것이다. BTS가 지난 9년,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돌아온다면 큰 박수로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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