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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기보다 깊어져야 할 때
정음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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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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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성 / 중앙민족대학 교수

   
 

학자에게 있어 논문발표는 늘 걱정거리다. 몇 년 전만 하여도 감으로 얻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보고 들은 것, 책에서 본 것, 남에게서 얻은 들은 것들을 자료로 이용하여 논문을 엮으면 어중간한 학술지에는 거의 발표되었다. 그러나 2, 3년 전부터 이런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된다. 자신이 현장조사를 통하여 발견한 문제를 중심으로 품을 들여 상세한 조사를 하고, 선행연구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깊게 사고하고, 반복적으로 논증한 논문이라야 발표가 가능하지, 감으로 촉으로 머리로 얄팍하게 엮은 논문은 먼지가 껴야 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주위에서는 한편의 논문을 2년 이상 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동네에는 이발소들이 많다. 그러나 유독 한 곳으로 손님들이 몰린다. 이발사 젊은이는 용도가 다양한 도구들을 구비해 갖추어놓고 손님들의 머리를 조각 다루듯 다룬다.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보기에 완벽해야 손을 놓는다. 손님이 밀리면 돈을 더 벌려고 대충대충 끝내버리는 이발사들과 차원이 다르다. 머리 잘 깎았다고 못 난 얼굴이 잘 생겨지지는 않겠지만 그 성의에 감동받아 기다리더라도 꼭 그 가게를 찾는다.

거리에는 음식점들이 가득하다. 옛날에는 가격이 싼 곳으로, 양이 푸짐한 곳으로, 입맛에 맞는 곳으로,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갔지만 요즘은 특색이 있는 곳을 찾게 된다. 음식이 귀한 시대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도 일상화되어 좀 색다른 것을 찾고 싶다. 색다른 음식을 만들려면 자기가 연구하고 반복적으로 실험하여 독특한 조리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즉 손맛을 믿고 음식장사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음식도 연구하고 개발하여야 장사가 가능하다.

인류는 장기간 ‘결핍’의 시대에서 살았다. 19세기 초에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결핍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지만 그 온기가 세상에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많은 국가와 지역이 최근 몇 십년간에 빈곤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중국만 봐도 빈곤에서 벗어나 풍족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 불과 20, 30년이다. 결핍의 시대에는 일단 질보다 양이 중요했다. 양도 부족한 데 질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양을 늘리는 성장에 온갖 관심이 집중되었었다. 소비자들도 소비의 질보다 일단 소비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14억 인구가 되는 중국은 국민들의 생활수요를 충족하게 만족시킬 수 있을뿐더러 세계 각국으로 대량의 상품들을 수출한다. 거리 곳곳에는 상품들이 무더기로 진열되어있다. ‘결핍’의 시대가 ‘풍족’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보나 중국의 몇천년 역사로 보나 일찍 있어본 적이 없는 공급과잉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래서 경제정책도 과잉된 생산을 억제하고 유효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공급측 개혁으로 불리는 이 정책의 실질은 공급을 늘리는 데만 급급해하지 말고 국민의 생활 질과 국민경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질 높은 공급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바뀐 세상이 논문을 대충 써서는 어림도 없게 만들고, 손님을 많이 받으려고 얼렁뚱땅 일을 할 수 없게 만들며, 엄마가 물려준 손맛으로 음식장사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이제는 남들이 다 알고 남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는 생존하고 발전할 수 없다. 가령 옛날에는 개인사업을 직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시도했지만 앞으로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만 가능한 영역이다. 상식적 영역은 규모경제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인들과 조직들에게 장악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넓어지기보다 깊어져야 할 때다.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는 이제 값싼 상식에 불과하다. 오직 나를 찾아야만 해결 받을수 있고, 나를 찾아야만 확실히 알 수 있고, 나를 찾아야만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작은 영역에서나마 전문성,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시대에는 사람마다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연구자마다 자기만의 깊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당신은 이러한 ‘이제’를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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