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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새로운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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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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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우리의 어린이날이던 지난 5일 중국 인터넷 공간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 개편 문제로 시끄러웠다. 중국 교육부가 오는 9월 신학기부터 초·중 9년 의무교육에서 ‘노동’을 정식과목으로 독립시켜 가르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동이 과목으로 처음 등장한 건 1981년이다. 이전까지는 종합실천활동 과목에 속해 있었다. 한데 새 학기부터는 역사나 어문 등 다른 15개 과목과 함께 정식 독립 과목이 됐다. 문제는 초등학교 꼬마 때부터 밥을 하고 채소를 심으며 가축을 기르는 등 만만찮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7억 8000만 개의 조회 수가 기록된 게 우연이 아니다.

   
▲ 중국 교육부는 가을 신학기부터 초중교 9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을 독립 과목으로 분리시켜 가르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교육부는 2011년에 이어 최근 11년 만의 대대적인 교과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크게 두 가지 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노동’이 정식 과목이 된 점이고 두 번째는 모든 과목을 지도하는 이념으로 ‘시진핑(習近平)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명기됐다는 점이다. 영어 과목도 시진핑 사상으로 교육해야 하고 수학과 물리 등도 시진핑 사상으로 가르쳐야 한다. 우선 중국 학부모의 지대한 관심을 끈 건 노동 과목이다. 2022년 판 ‘의무교육 노동과정 표준’에 따르면 학년별로 학습해야 할 노동이 제시됐다.

초등학교 1~2학년은 간단한 가정요리 노동에 참여해야 한다. 채소를 씻고 과일을 깎을 줄 알아야 한다. 3~4학년이 되면 과일에서 씨앗까지 빼내 과일 쟁반에 내올 줄 알아야 하며 만두를 찌거나 달걀을 삶을 수 있어야 한다. 5~6학년은 볶고(炒) 부치며(煎) 삶는(炖)세 가지 요리 기술을 갖춰야 한다. 토마토와 달걀을 넣어 함께 볶는 요리 등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중학교 1~3학년은 가족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하루 세끼의 식단을 짜고 점심이나 저녁을 위해 3~4가지 요리를 내놓을 실력이 돼야 한다. 이 같은 요리는 초·중교 때 배워야 할 노동의 10가지 임무 중 하나에 불과하다.

   
▲ 중국 교육부는 2022년 가을 신학기부터 초중교 학생들에게 요리, 채소 재배하기, 가전제품 수리하기 등 노동을 정식 과목으로 독립시켜 가르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요리와 영양 외에 청결과 위생, 정리와 수납, 가전용품 사용과 수리, 농업생산과 노동, 전통공예 제작, 공업생산 노동, 신기술 체험과 응용, 현대 서비스업 노동, 공익노동과 봉사활동 등 모두 10가지 노동을 학년별로 배워야 한다. 중국 교육부는 “직접 손을 써서 실천하며 땀을 흘리는 가운데 의지를 단련할 수 있다”고 노동 과목 설치의 목적을 설명했지만, 중국 학부모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요리 등이 학교에서 수업으로 끝나지 않고 집에서 하는 숙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요리를 하게 돼 부담만 커질 것이란 이야기다.

우리가 생각해볼 건 중국 당국이 왜 노동을 독립 과목으로 격상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학생의 두 가지 부담을 덜어준다는 ‘솽젠(雙減)’ 정책을 발표했다. 숙제를 없애고 사교육을 없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보습학원 등 어마어마한 중국의 사교육 업체가 도산하며 중국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한데 그 빈자리를 이제 노동 과목과 시진핑 사상이 대신하고 나선 셈이다. 교육은 흔히 백년대계라고 한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워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강조되는 노동 과목과 시진핑 사상은 바로 시진핑 주석이 만들고자 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국가건설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 중국 교육부는 2022년 가을 신학기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을 정식 독립 과목으로 편성해 가르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여기서 연초 화인(華人) 세계에서 유행했던 ‘시진핑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다’는 글에 실렸던 일부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시진핑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공업과 농업의 사회여야 하며 청소년은 이들을 지탱할 미래의 노동자다. 한데 현대 청소년의 사상을 ‘불량, 반동, 저속’으로 이끄는 건 뭔가. 연예계가 망치고 게임중독이 망치며 사교육이 망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연예계와 게임업계, 사교육업계 등에 중국 당국의 단속 광풍이 몰아친 배경이다. 중국 청소년을 숙제와 사교육에서 해방시킨 뒤 중국 당국이 생각하는 노동자의 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동을 독립 과목으로 만든 것이다.

   
중국 초중생 대상으로 한 ‘노동’ 과목 신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계획하는 미래 노동자 양성 프로젝트와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리고 모든 과목은 시진핑 사상이 지도하게 설계했다. 시진핑은 “인생의 단추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의 사상 교육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 초·중 9년 의무교육 16개 과목 모두의 머리말이 ‘시진핑’으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물리 과목의 경우 2011년 판 머리말은 “물리학은 인류 과학문화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고 시작되나 2022년 판은 “시진핑 총서기는 여러 차례 강조하기를…중국과 중화민족의 품격을 구현해야 하고…”등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또 수학이나 화학, 심지어 외국어인 영어와 일어 등의 과목 이념도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지도해야”라고 적고 있다.

바야흐로 시진핑 사상과 노동 의식으로 무장한 ‘시진핑 시대의 새로운 아이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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