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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 그리고 베트남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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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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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이맘때면 3년 전 포항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두 여성의 일이 생각난다.

포항의 한적한 시골 식당에서 70대 어르신들을 대하던 베트남 여성의 일이다. 포스코 협력사 특강으로 하루 전에 교육장에 갔다. 포항 기계면 봉좌마을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짐작되는 곳이었다. 늦은 시간에 운영요원들과 식당을 찾았다. 한참 어두워진 시간에 너른 벌판 한복판에 환하게 불을 밝힌 고깃집을 찾아갔더니 손님들로 가득했다. 특이하다고 생각돼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니 거의 모두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다. 그중에 유난히 몸놀림이 빠른 종업원이 있었다. 넓은 식당의 모든 손님에게 친절하고 상냥했다. '베트남 여성'이었다. 결혼해서 한국에 온 것인지 유학을 온 대학생인지 궁금했지만 이곳저곳에서 찾아 말을 걸 틈이 없었다. 모든 손님에게 그렇게 열심히 정성을 다하는 종업원을 평생에 본 적이 없다.

그로부터 6개월 후 하노이를 찾았을 때 일이다. 필자가 실무를 총괄하는 김우중사관학교 일의 행정, 취업 지도와 2~3일간 20시간 정도의 강의 진행차 갔었다. 1일 차 강의 후에 연수생 자치회 임원 몇 명을 데리고 학교 근처 식당으로 가는데 평소에는 거리감이 있던 여자 연수생이 가까이 오더니 감사의 뜻으로 저녁 식사를 자기들이 모은 자치회비로 산다며 "전무님, 오늘 저희들이 '차까'를 사드리려고 준비했어요. 여기 와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인데 정말 맛있습니다"라고 하길래 고맙다며 맞장구를 쳤다.

"민물고기랍니다. 생선 젓갈 소스도 있는데 꼭 드셔 보세요. 비린내가 많이 납니다. 저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라고 해서 맛있게 먹겠다며 한껏 치켜세워 주었다. 신나게 설명하며 좋아하는 모습은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며 당황하던 강의장에서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되었다. "식사하러 오니 신났네. 차까 설명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지? 아까하고는 딴판이네."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과 정성이 그 답이다'라고 내심 말하고 있었다.

지난 4월 준비했던 베트남 출장을 취소하니 차까 요리를 즐길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차까는 한국에 알려져 있지 않은 요리이다. 하노이 지역을 관통하는 송코이강에서 잡히는 민물고기인 가물치 요리다. 8년 전 연수 장소인 문화대학 인근 식당에서 처음 접했다. 가물치를 기름에 튀겨 풍성한 야채와 생쌀국수 분과 함께 다양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일미였다. 하노이에 가면 한두 번은 찾아 반드시 먹고 오곤 했다. 4, 5년째 가던 집이었지만 연수생에겐 일부러 처음 먹게 되었다고 했다. 신나게 설명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뒤에 보니 그 가게는 구글 지도에도 나와 있었고 하노이의 명물 요릿집이었다.

포항 어르신들에게 맛있게 드시게 하고 난생처음 접하는 요리를 권하며 들뜨게 된 비결은 누군가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있었다. 자기 나라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땀과 정성이라는 '멋'에 진정한 '맛'이 있었다. 장소를 뛰어넘어야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청년들에게 그런 삶을 물려주어야 한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일자리 회복, 취직이 급선무다. 베트남의 여행 제한이 완전히 풀린다고 한다. 매년 200명의 청년을 선발하여 베트남에서 1년 동안에 인재로 키우는 프로그램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눈만 뜨면 진영으로 싸우는 전쟁판인 한국이 아니라 경쟁하며 협력하는 비즈니스를 배우는 글로벌 현장이 멋과 맛을 배우는 데에는 최적이다. 구루(GURU) 김우중의 발상으로 베트남에서 시작된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 선발이 5월에 진행된다는 소식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태반은 지난 세월 대구경북의 주력이었던 섬유산업을 하는 기업인데 이곳이 훈련장이 된다. 섬세하게 챙기고 따질 것이 많은 산업으로 1년 연수를 마치고 취직하면 초기 3년 동안 제품이나 자재를 중심으로 생산, 품질, 원가, 마케팅을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거침없는 인재로 성장하는 디딤돌인 셈이다. 지난 12일부터는 동남아시아 11개국이 참가하는 스포츠 축제인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이 하노이에서 개막됐다.

요즘에 서울 명동의 작은 베트남 쌀국숫집을 자주 찾는다. 푸짐하고 맛있는 것에 더하여 열심히 일하는 베트남 세 청년의 멋있는 모습이 좋아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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