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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총영사관별관에 대하여
베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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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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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일 / 주호치민대한민국총영사]

   
 

베트남에는 대한민국정부의 부동산 재산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주호치민총영사관이고 다른 하나는 총영사관별관이다. 2020년12월 사이공(호치민시)에 부임하고서 총영사관별관에 대해서 소유권 내지 지분을 주장하는 일부 한국사람들을 만났다. 뿐만 아니라 총영사관별관을 무대로 벌어진 총영사관과 한인회 간의 과거 갈등에 대한 자료도 읽어보았다. 총영사관별관이 다툼과 반목의 공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일년간 조사하고 연구했으며 여러 분들을 만나서 의견을 들었다.

며칠전 총영사관별관 3층의 100평방미터(33평)를 수년간 무상사용하던 월남전참전자회베트남해외회(이하에서는 본국의 월남전참전자회와 구분하기 위해 베참전자지회라 약칭한다)에게 3.31부로 무상사용이 종료함을 통보하고 4.15까지 퇴거하도록 최고했다. 총영사관별관의 소유권을 둘러싼 일부 주장에 대해서, 또한 베참전자지회의 퇴거 결정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 총영사로서 또는 개인으로서 입장을 밝히고자 이 글을 쓴다.

먼저 총영사관별관의 부지와 건물은 국가의 재산이며 어느 단체도 소유권을 비롯해서 일체의 부동산 관련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 총영사관별관 부지와 건물의 1960-1970년대 획득 과정은 이렇다. 1968년 교민회가 교민회관 건립을 최초로 제안했다. 다만 이후의 과정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정부, 베트남내 및 한국내 기업들, 일반국민, 교민회 등이 합심하여 “한국회관”을 건립하게 된다. 당시에 부지와 건물을 취득하는 형성 요소였던 현금, 현물, 용역의 각 요소별 기여분은 다음과 같다. 현금 총 32,240,000 피아스타 가운데 정부가 24.8퍼센트를 부담했고, 교민회가 22.7퍼센트를, 모금과 찬조금이 52.5퍼센트를 차지했다. 현물은 한국내 기업들로부터 시멘트등 건설자재를 기증받은 것인데 시가로 5,100,000 피아스타 상당이었다. 용역은 외무부가 국회와 재무부를 상대로 추가경정을 따내고, 상공부는 한국내 기업들의 자재 기증을 독려했으며, 세관은 건설자재의 반출을 승인했고, 국방부가 자재를 운송했으며, 또한 국방부 소속의 군인들이 건설인력으로 동원되었다. 1973년 완공되어 그 명칭을 교민회관도 아닌, 상공회관도 아닌, 군인회관도 아닌, “한국회관”이라 칭했으며 당시 월남정부에는 대한민국정부의 재산으로 등기하였다.

교민회의 이니셔티브와 현금(22.7%)이 일정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소유권이나 지분을 주장할 근거는 약하다. 기여분만을 따지면 당시 월남내 및 한국내 기업들은 교민회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금과 찬조금에 참여한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의 후손들이 지금에 와서 지분을 주장할 거라 생각되지도 않는다. 일본내 한국총영사관들 상당수는 재일교포들이 100퍼센트 기부하여 창설된 경우가 많다. 국가재산으로 등록된 주일총영사관들의 부지와 건물에 대해서 재일교포들이 나중에 소유권을 주장한 적도 없다. 국방부 군인들이 건설인력으로 동원되었는데 군은 국가기관의 일부이다. 대한민국 내에는 군이 도로, 교량, 공항, 건물 등을 건설한 경우가 있는데 제대군인들이 나중에 그 지분을 주장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질 못했다. 요컨대 1970년대 초반 대한민국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정부의 주도로 관, 민, 군, 기업이 합심하여 “한국회관”을 만들었기에 그 부지와 건물을 대한민국정부의 재산으로 월남정부에 등기한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주월대사관과 한국회관은 1975.4 월남 패망으로 베트남정부에 몰수되었다. 한편 한국에 있던 월남정부의 대사관과 관저를 한국정부가 접수하여 사용하였다.

1992년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국교를 수립하였다. 사실 한국과 베트남은 본래 국교가 없었으니 외교적으로는 백지상태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1990년대 한국정부는 구월남에 남겨진 대한민국정부 소유의 두 개의 부동산 재산을 처리하고자 했다. 그 결과로 사이공에 있던 한국대사관 및 한국회관을 패망한 월남이 소유했던 한남동 주한월남대사관 및 삼청동 주한월남대사관저와 2대 2로 교환하였다. 1990년대 초반 한국과 베트남간 화폐가치의 격차나 한남동, 삼청동 부동산의 비싼 시세를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정부가 비싼 기회비용을 지불하고서 당시로서는 별반 비싸지 않은 호치민 시내 부동산 두 개를 획득한 셈이다. 만일 서울의 부동산 두 개를 내놓는 대신에 동등한 화폐가치의 부동산을 하노이에서 한국대사관과 관저 부지로 요구했더라면, 어쩌면 지금의 대사관과 관저보다 입지가 좋고 훨씬 넓은 땅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30년전 정부 결정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한국과 베트남은 양국우호를 위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쓰려고 고심했다. 경제적 득실 계산에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외교적 판단을 통해서 사이공의 부동산 두 개를 높은 기회비용을 치르고 획득한 것이다.

여기까지 1970년대의 “한국회관”이 대한민국 국가의 재산으로 취득되었다는 사실, 1990년대 양국이 한베 관계를 새로 쓰면서 과거의 연원이 어찌되든 한국정부는 “총영사관별관”을 경제적 기회비용을 치르고 획득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월남전참전자회베트남해외회(베참전자지회)의 총영사관별관 무상사용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경위를 설명하려고 한다. 총영사관별관은 국가의 재산이므로 국유재산법에 따라 관리된다. 교육원, 코참, ACEF, 베참전자지회, 한인회가 사용중인데, 교육원은 정부기관이니 정부 직접사용에 해당한다. 나머지 네 개 단체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 무상사용 중이다. 코참, ACEF, 베참전자지회의 무상사용기간 3년이 3.31자로 종료되어 갱신 여부를 결정하게 되었다. 해당 단체로부터 지난 3년간 한베관계나 교민사회에 기여한 실적을 제출받았다. 코참과 ACEF는 뚜렷한 실적이 존재하나, 베참전자지회는 전무하였다. 총영사로서 베참전자지회의 무상사용 갱신을 불허하도록 본국에 건의를 하였고 불허 지침을 하달받았다. 지난 수년간 베참전자지회 두 명만 무상으로 사용해온 공간을 앞으로는 정부가 직접 사용할 계획이다. 정부기관인 교육원이 베트남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고 있는데 강의실이 모자라 외부에 사무실을 임차해 연간 4만4천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베참전자지회가 퇴거한 공간을 강의실로 활용하고 교포사회 여타 단체들이 원한다면 공평하게 시간을 정해 빌려주려고 한다. 국가재산의 혜택을 지금까지는 두 사람만 보았는데 앞으로는 한국인과 베트남인 수백명, 수천명이 보게 될 것이다.

아래는 개인의 견해이고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전제로 설명한다. 나는 월남전 참전자들을 존중한다. 그 분들이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중 일부를 놓았다고 굳게 믿는다. 동서냉전과 북한의 위협하에 있던 대한민국의 군은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월남에 파병되었다. 나 또한 그러한 시대적 상황에 놓인다면 그들과 마찬가지로 행동했으리라. 무려 5,099명이나 되는 젊은 생명이 이국 땅에서 순국했다. 한편, 지금에 와서 월남전참전자회에 대해 국내에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도 알지만, 나는 참전자회 회원들의 역사적 기여를 절대 폄하해서는 안되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잣대로, 더구나 세월의 경과가 안겨주는 역사적 통찰의 이점을 안고서 과거의 숭고한 희생을 깎아 내리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참전자회 분들은 당시의 시대적 공간적 제약이 초래하는 인식의 테두리 안에서 국가를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훌륭한 분들이다.

총영사관별관 3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베참전자지회 두 분도 월남전 참전자들이다. 두 분의 역사적 기여에 대해서는 월남전참전자회 모든 분들에게 내가 품고 있는 존경의 마음으로 대한다. 그러나, 두 분이 국가재산인 총영사관별관에 대해서 1970년대 군인들의 기여를 근거로 권원을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1970년대의 “한국회관”이 특정 단체의 소유물이나 지분 주장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본래 국가재산이었음을 위에서 설명하였다. 또한 1990년대에 정부가 경제적 기회비용을 치르고 “총영사관별관”이라는 국가재산으로 새롭게 취득한 경위도 설명했다.

총영사가 아닌 개인으로서 두 분에게 이 지면을 빌어 말씀드린다. 과거의 베참전자지회는 베트남의 재향군인회와 교류하면서 수십년전 전장에서 총뿌리를 겨눈 상대방들과 화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었다. 그런데 당시 왕성하게 활동하던 분들이 베참전자지회를 떠나버렸다. 두 분만 베참전자지회에 남아 있는데 가끔 들려오는 풍문들이 나를 안타깝게 한다. 그러나 베참전자지회와 참전자 개인 두 분의 명예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하니 두 분이 소속한 단체와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그리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퇴거해주시기 바란다.

총영사라는 직책에는 국가재산을 관리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으니 나는 군으로 따지면 해외 전초기지의 위병대장에 해당하겠다. 따라서 국가재산을 온 몸을 던져서 지키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는 50여년전 월남 땅에서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치시거나 부상을 입으신 참전자분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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