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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잔인한 해’인가, 독재자들에게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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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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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 논설위원

   
 

‘2022년은 서방의 역사에서 한 주요 축이 되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처럼’-.

2022년 2월 24일이었나. 러시아의 푸틴이 미사일 공격과 지상군 투입으로 3일 만에 항복시키겠다는 호언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나선 날이.

‘미국 일극(一極)체제가 지탱해 온 자유민주주의 법질서에 의한 장기 평화는 끝났다.’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세계패권을 다투는 21세기의 그레이트 게임은 바야흐로 시작됐다.’ 러시아군의 탱크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돌파, 진격해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나온 진단들로 2022년에 특히 포커스가 주어진 것.

3주가 지난 이후 상황은 ‘서프라이즈’의 연속에, 반전에 반전만 거듭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으로 개전 20일 만에 러시아군 전사자만 1만 명 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쟁은 어쩌면 우크라이나 승리로 귀결될 지도 모른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예상과 달리 서방은 하나가 됐다. 그리고 뒤따른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질식사 위기를 맞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푸틴은 전범이 될 처지로 몰리고 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고 할까.

이 같은 상황반전과 함께 푸틴의 언어는 날로 비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쟁에서 진 러시아의 역대 차르(Czar)는 거의 예외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런 운명을 예감해서인지.

친 서방 러시아인들을 TV연설을 통해 ‘쓰레기’, ‘배신자’로 공개적으로 매도했다. 군 장성 숙청에도 나섰다. 러시아 국가경비대 부사령관 로만 가브릴로 장군을 전격 체포한 것이다.

분노로 가득 찬 흥분된 푸틴의 언어. 무차별 숙청. 이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는 데서 온 초조감의 발로로 푸틴의 TV연설은 절망, 무력감의 표현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존스홉킨스대학의 할 브랜즈의 경고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푸틴은 전세 만회를 위해 대량살상무기(아마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사태는 더 엄중해지고 전선은 더 확대될 위험마저 있다는 거다.

그런 상황이 올까. 개연성은 높다. 그러나 아직은 두고 볼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지고 있다. 2022년은 푸틴으로서는 그 정치적 운이 다해가는 ‘종말의 시작’이 되는 불운의 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이 극히 중요하다’- 베이징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올 가을 시진핑은 황제즉위를 앞두고 있다.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3기연임을 확정지으면서 평생집권의 길을 여는 것이다.

2022년의 중국의 주요 이벤트는 모두 이를 위해 짜 맞추어져 있다. 그 스타트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었다. 서방의 외교 보이콧으로 다소 빛을 바랬지만 ‘푸틴이 친히 왕림함으로써’ 어느 정도 체면을 유지했다.

2022년 2월 4일 시진핑은 푸틴과의 38번째 만남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음’을 천명했다. 이 만남에서 푸틴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폐막 이후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장했고 시진핑은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니까 ‘푸틴 러시아의 3일 만의 우크라이나 평정 호언’을 시진핑은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푸틴과 함께 권위주의 독재세력의 세과시를 했던 것.

그 판단은 오류였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어째 그럴 수가…’하는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가 지난 현재의 베이징의 분위기로 시진핑은 중국정보당국이 상황의 반전을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데 대해 특히 당혹해하고 있다는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침략’, 심지어 ‘전쟁’이란 단어도 자제해왔다. 유엔총회에서 러시아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때도 기권 표를 행사했다. 러시아가 날조해낸 우크라이나 관련 가짜 뉴스도 열심히 퍼 날랐다. ‘힘이 정의다’란 굳건한 믿음(?)과 함께 러시아의 조기 승리를 의심치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계산이 빗나갔다. 중국은 러시아 지지 국가로 분류되면서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베이징 내부에서조차 ‘러시아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정부 자문기구인 국무원 참사실 산하 공공정책연구소 부주석 후웨이의 경고가 그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내다보면서 푸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국은 서방의 고강도 경제제재는 물론, 나토, 쿼드, 오커스(AUKUS)동맹 등 이중삼중 서방의 군사적 포위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적시했다.

다른 말이 아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도박은 세계의 힘의 균형을 서방, 특히 미국 쪽으로 완연히 기울게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그러나 여전히 미적대고 있다. 바이든과의 전화회담에서도 러시아 군사지원 가능성에 대해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왜 시진핑은 애써 중립적 입장을 고수 하고 있을까.

입장을 바꾸면 스스로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셈이다. 이는 공산당 지도자, 더 나가 황제가 될 사람은 ‘무오류의 존재’여야 한다는 점에서 절대 금물이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베이징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어쨌거나 2022년은 푸틴은 물론이고 시진핑에게도 ‘잔인한 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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