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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을 연결한 윤동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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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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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성 / 경희대 철학과 명예교수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 시인
타계 77주기, 혐한도 수그러들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1917∼1945)의 ‘서시’(1941)다. 16일은 시인의 기일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에 나라와 한글을 빼앗고 히라누마 도슈(平沼東柱)로 개명을 강요한 일본인도 포함했을까.

윤동주 시집은 1984년 일본어로 번역됐고, 일본에도 팬이 적지 않다. 그중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茨木のり子·1926∼2006)와 방송인 다고 기치로(多胡吉郞·66)는 유별나다. 이들은 윤동주의 사랑을 직접 느낀 것 같다.

이바라키의 윤동주와 한글 사랑은 두터웠다. 남편과 사별한 다음 쉰 살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배우면서 느낀 생각을 모아 쓴 에세이집 『한글로의 여행』을 1986년 출간한다. 거기에 ‘윤동주’라는 글이 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서시’ 등 시 3편이 일본 고교 현대문 교과서(치쿠마서방)에 지금도 실려 있다.

이바라키가 윤동주의 시를 읽게 된 계기는 그의 ‘맑고 단아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시 ‘이웃 나라 언어의 숲’에서 윤동주를 다정하게 ‘당신’이라 부른다.

‘대사전을 베개 삼아 선잠을 자면/ ‘너는 왜 이제야 왔니’하고 윤동주가 부드럽게 나를 꾸짖습니다/ (…) 아직 교복 차림으로/ 순결을 동결시킨 듯한/ 당신의 눈동자가 눈부십니다/ 그리고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리 노래하며/ 당당히 한글로 시를 썼던/ 당신의 젊음이 눈부시게 밝고도 쓰라립니다.’(…)(『처음 가는 마을』, 정수윤 역)

이바라키는 ‘너는 왜 이제야 왔니’라는 꾸지람에서 이웃집 오빠의 목소리를 듣는다.

다고 기치로는 1995년 당시 일본 NHK 방송 디렉터로서 KBS와 공동으로 윤동주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시인의 생전 최후의 사진을 찾아냈다. 1943년 초여름의 사진이다. 교토 근교의 우지(宇治) 시를 흐르는 우지강에 달린 현수교 위에서 윤동주를 포함한 학생 아홉 명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모두 도시샤(同志社) 대학의 영어영문학과 학생이다. 사진은 그중에 한 여학생이 간직해왔다. 윤동주가 귀국한다고 해서 송별 소풍이 열린 거다. 생존하던 두 여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사진 찍고 강가에서 점심을 먹은 뒤 윤동주는 급우들이 부탁하자 한글로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당시에는 금지된 행위였다.

다고는 “민족의 벽을 넘어 서로 통하는 마음이 있기에 이날의 소풍이 되고 사진이 되었다”고 했다. (『생명의 시인 윤동주』 다고 기치로, 이은정 역) 다고는 20대 중반을 넘겨 윤동주의 시를 처음 만난 이후 30여 년 동안 등대의 불빛처럼 “윤동주를 가슴 한구석에 계속 안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젊은 날에는 그 시를 통해 이웃 나라의 아픔을 알 수 있겠다는 이유로 다가가 배웠는데, 머지않아 그런 차원을 넘어 나 자신의 삶 근본에 그 시가 깊이 머물게 됐다.” (『생명의 시인 윤동주』)

이렇게 말한 다고는 저 우정어린 소풍 사진에 사랑으로 답했고, 이 사진의 발견으로 우지 강변에 윤동주 시인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서시’를 쓰기 반년 전쯤 윤동주는 시 ‘십자가’에서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라고 읊었다. 그가 피를 흘렸다면 무얼 바라 그랬을까. 민족의 독립과 한글이 간절했을 거다. 그런데 시인은 하늘과 별도 노래한다. 한·일 양국에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널리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혐한(嫌韓)과 반일은 차차 수그러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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