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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영토'문제
대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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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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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 / 동북아신문 대표

먼저 재미있는 에피소드부터 얘기해 보자.

   
 

한국인 A씨와 중국동포 사업가가 B씨가 대림동에서 만났다. 둘은 꽤 친하게 지내는 사업가이기에 중국동포 식당을 찾아 같이 한잔을 했다.

A씨는 여긴 조선족 동네라고, 양고기뀀이나 중국요리를 먹고 싶으면 아우가 떠오르고, 그래서 저도 몰래 대림동을 찾게 된다고 했다.

B씨가 술김에 큰소리를 쳤다. 당연히, 이 아우를 찾아야지요. 여긴 대림동입니다. 우리 중국동포들의 영토입지요. 형님도 여기 오시려면 여권을 내야 합니다.

의기양양한 B씨의 태도에 A씨가 갑자기 화를 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조선족들은 그게 문제야. 돈을 좀 벌었다 하면 눈에 보이는 것 없지, 대한민국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대림동은 엄연히 한국땅이야. 그런 건 바로 인식을 해야지. 이 땅에서 돈을 벌자면 자네가 대한민국 땅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할 걸세.

이날, 둘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 술좌석을 파했다.

농반 진담 반으로 말한 B씨는 동포들한테 대림동이 갖는 특성을 과대 부각시키려 한 것 같았다. 아마도 그의 심저에는, 대림동은 동포들의 제2고향, 안주하고 생활하는 근거지, 중국동포의 삶의 근간, 80만 동포들의 상징적인 고장이란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이 충만 돼 있으리라.

재한 중국동포는 이제 더는 3D업종에만 종사는 최하층 인력집단이 아니다. 특히 대림동에는 중국동포동포들이 경영하는 식당, 가게, 여행사, 무역회사 등 꽤 수익 높은 상권이 형성돼 있고, 집값도 강남 못지 않게 뛰고 있으며, 중국동포들의 주요 단체와 신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동포자율방범대는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방범을 한다.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전은주 박사는「재한 중국동포 문학의 ‘대림동’ 재현양상」논문에서, “현재 대림동은 중국과 한국, 연변과 서울을 이어주는 중국동포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중국문화, 한국문화, 중국동포 문화가 서로 교차 융합되어 ‘혼종화’로 나아가는 통로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서울 속의 작은 연변' 대림동은 그동안 '각별한 중시'를 받아왔다. 학술계와 정부 지자체의 추진하에 내국인과 다문화, 내국인과 중국동포(중국인 포함)가 어떻게 어울려져 함께 살 수 있을까 하는 학술적인, 또는 행정적인 프젝트 연구를 부단히 진행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소수자, 경계인 지대의 대림동은 한국 언론과 문학 예술계의 타깃이 돼 무차별한 공격을 받기도 했다. 가끔 살인이나 폭력사건이 일어나게 되거나 한중 관계가 삐끗 거릴 때면 더욱 그러했다. 중국동포들을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매도했다. 영화 ‘청년경찰’, ‘범죄도시’, ‘황해’ 등 영화가 그러했다. 아무리 상품성을 중시해서 제작한 영화라고 해도 ‘중국동포 범죄’를 왜곡해 타깃으로 하다니?

이로 인해 대림동 중국동포의 한민족의 정체성은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다. “중국동포는 중국인이다”, “조선족은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일부 한국인들은 유튜브나 블로그, 또는 언론을 통해 반중, 반조선족 정서를 부추겼다.

이는 재한 중국동포의 이미지와 경제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실제로 영등포구는 대림중앙시장 부근을 차이나타운으로 만들려고 오래 전부터 기획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방안은 “논의”에 그치고 있다. 은연중 중국동포 게토화를 반대하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지 않나 의심해본다. 재한 중국동포는 내국인 속의 동포가 되어야 한다. 그게 화합과 공생이란 말과 통한다. 당연한 논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재한 중국동포사회가 스스로 뭉쳐 인권향상과 경제발전을 위해 궐기하는 것을 제한하는 쪽으로 흐르면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제도속의 대림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B씨의 '영토'설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물론 B씨가 아무리 농을 했다고 해도 민감한 ‘영토’문제를 꺼낸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고 해도 A씨가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을까? 그래, 이곳은 너희들 '영토'다. 대림동은 ‘조선족 조계지’나 다를 바 없지. 조계지란 말은 좀 그렇고, 어차피 우린 같이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다. 그러니 이 지역 우리 한국사람들과 멋진 중국동포타운을 한번 만들어봐라. 한중 경제, 사회의 롤모델로 대림동이란 고급 브랜드 명함을 한번 만들어보라, 고 했다면 어떨까?

영토란 자전적 해석은 이러하다. "국제법에서,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는 구역. 흔히 토지로 이루어진 국가의 영역을 이르나 영해와 영공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국적자 조선족들에게는 대한민국에 자신들의 '영토'는 한치도 없다. 이곳은 조상의 땅이고, 현재는 한 핏줄을 가진 한국인의 땅이다. 법적으로, 엄격히 말해 남의 땅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남의 땅에 '집'을 짓고 남의 땅에다가 삶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중국동포는 엄연한 이방인이다. 당연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중미전쟁이 일어날까 봐 겁을 낸다. 심저에는 그런 공포증이 깊이 깔려있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발 붙이고 살아갈 그들만의 '영토'가 필요하다.

이방인들에게 어떻게 ‘영토’를 만들어줘야 하고, 이방인들 스스로 그런 ‘영토’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하는 문제는 다문화사회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이다.

요즘은 경제영토란 용어를 많이 쓴다. 사회적 영토란 용어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정부는 지속적으로 실리적인 ‘포용’ 정책을 펼쳐야 하고, 중국동포들은 경제, 사회적 영토를 생각하며 글로벌화가 되는 민족으로 거듭나야 그런 불안들이 해소가 될 수 있다.

'영토'에 대한 생각은 결국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 생활 안전에 대한 심적 불안의 요인이 된다. 이는 모든 이방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약점이다. 정부나 내국인들은 중국동포의 이런 심리적인 약점을 알고 그들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영토'란 단어를 자전적 해석으로만 심각히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편협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자. 중국동포들의 마음속에도 자신들의 ‘영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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