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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60주년 맞은 ‘아미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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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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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배 / 칠레센트랄대학교 비교한국학연구소장

   
 

올해로 한국이 라틴아메리카 15개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은 지 6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말부터 기념로고 공모전 등을 시작해, 올해는 전시회, 도서전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벌어진다. 그동안 한국과 라틴아메리카는 경제적 협력을 기반으로 교류와 협력을 많이 늘렸다. 한국은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칠레와 맺어 2004년 발효됐고, 지난해 3월에는 중미 5개 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이 모두 발효됐다. 한국은 멕시코의 4위 교역국(2020년)이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선 한국문화원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심지 구실을 한다. 세종학당은 브라질 5곳을 비롯해 볼리비아 등 13개 나라 18곳에 설치돼,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운다. 본교에는 한국학 석사 프로그램이 2018년부터 운영돼, 학문후속세대가 자라고 있다.

그런데 수교 60주년을 맞아서 생각하게 된다. 한국인에게 라틴아메리카는 무엇인가? 내가 1992년 대학교에 입학해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자원의 보고’ ‘미래의 대륙’이기에 취업의 기회로 여겨졌다. 전문가들의 연구를 보면,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 빈곤과 부패, 치안 불안, 마약 등의 부정적이거나 후진적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많았다.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현실 대신 잉카문명 등 박제된 이미지가 서구적 관점에서 자주 재현된다. 한 개그맨이 멕시코인 흉내를 내며 우스꽝스럽게 “세뇨리타!”(아가씨!)를 외치는 모습이 기억난다. 브라질의 삼바축제를 떠올리며, 정열의 땅이라고도 한다. 마치 2022년 한국을 6·25전쟁, 삼성, 케이팝만으로 인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부터 그런 인식을 갖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많은 한국인은 라틴아메리카 그 넓은 대륙을 그냥 “남미”라고 부른다. 비행기로 약 12시간 떨어진 멕시코에서 우루과이까지 뭉뚱그려서 이웃 나라처럼 여긴다. ‘중남미 완전 일주, 9개국 18박22일’ 패키지 여행 상품을 보고 놀랐다. 유럽처럼 기차로 1~2시간이면 국경을 넘는 게 아니다. 여행상품 속 마야문명 유적지는 멕시코 동남부 반도에, 마추픽추는 페루 고산지대에, 이과수폭포는 아르헨티나~브라질 경계의 밀림에 있다. 이 여행지 사이를 오가려면 환승 없이도 비행기만 최소 5시간 이상을 타야 된다.

교류가 늘었지만, 한국인 이민자는 라틴아메리카 전체에 약 10만명 남짓으로 추산된다. 한국 전체 인구의 겨우 0.2%만 직접 살면서 겪는 셈이다. 그러니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방문자들이 “이렇게 잘사는 줄 몰랐다”거나, “이만큼 비싼 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라틴아메리카라고 하면, 이른바 후진국 이미지를 떠올리는 한국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지난해 칠레의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방탄소년단(BTS)을 소재로 흉내를 냈다가, 인종차별 논란을 빚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고 놀랐다. “밥은 먹고 사냐?” “후진국 주제에…” 식의 반응이 많았다. 분노한 인터넷 댓글임을 고려해도, 비판이 아니라 비하의 방식으로 표현된 것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드러낸 게 아니었을까?

사실 여기서도 아직 한국을 잘 모른다. 한류 덕에 조금 더 알게 됐을 뿐, 여전히 ‘중국어랑 한국어랑 같냐?’고 묻는 사람도 만난다. 유럽과 북미를 빼고, 학계에서 ‘아시아·아프리카’를 묶어서 다루기도 한다. 한국에서 ‘중동·중남미’로 묶어서 ‘기타’ 취급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도긴개긴이다.

수교 60주년을 맞는 올해, 서로가 좀 더 가까운 친구, 깐부, 아미고(amigo)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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