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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과 시안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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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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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 베이징특파원

   
 

지난 2일 오후 1시. 중국 시안(西安)에 격리 중인 A양의 아버지(61)가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병인 협심증이었다. 딸의 마음은 급해졌다. 여기저기 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자동 안내로 돌아가고 통화가 되지 않았다. 지역위원회 허가를 받아 무작정 인근 3차 병원에 도착했지만 병원 경비는 중위험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다른 병원으로 돌렸다. 발작 9시간 만인 밤 10시 간신히 한 병원에 입원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의사는 “혈전용해제만 복용했더라면”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3일 새벽 아버지는 병실에서 숨을 거뒀다. 절규하던 딸은 이런 사실을 5일 자신의 SNS에 올렸다. “나는 아버지 생애의 마지막 몇 시간을 인생의 가장 큰 절망과 고통으로 보냈다.”

안타까운 사연은 순식간에 퍼졌다. 글을 읽으며 지난해 우한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하는 기시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어서고 감염자 수가 일평균 100여 명 정도로 통제되고 있는 시안에서 왜 이렇게 코로나19 초기, 혹은 그보다 더 심하게 대응하고 있냐는 점이다. 실제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임산부가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유산하는가 하면 보급품이 부족해 만두를 사러 나온 남성이 기관원에게 두드려 맞는 일까지 벌어진다.

불과 넉 달 전인 지난해 9월 중국 전국체전 개최지로 베이징 겨울올림픽 ‘예행연습’ 무대가 됐던 시안은 대회 기간 14일 내내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감염자 1명이라도 나올 시 공무원 전체가 사직서를 낸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한다. 긴장이 풀린 걸까. 지난달 2일, 감염자 6명이 포함된 파키스탄 국제항공 승객과 배웅 나온 시안 시민의 동선이 공항 톨게이트에서 겹쳤다. 감염 사실을 몰랐던 시민이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순식간에 코로나가 퍼졌다. 초기 확진자 보고 이후 급증 추세로 넘어갈 때까지 시안시의 대응도 늦었다. 결국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중국 정부는 1300만 도시 봉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고 고위직 간부들도 줄줄이 날아갔다. 이후 방역은 멀쩡한 사람까지 병에 걸리게 할 만큼 살벌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시안 정부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홍보 영상을 배포했다. 방호복 안으로 비 오듯 땀 흘리는 의료진, 지쳐 쓰러져 잠든 방역 요원을 클로즈업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만하고 일이나 잘해라” “지도자들은 부끄럽지도 않냐”며 비꼬았다. 우한과 시안은 같은 듯 다르다. 시안에선 신뢰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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